"바질 향이 스며든 안동의 오후"

안동의 바람, 그리고 용상동의 전설

by Cum Mimir


바질페스토 파스타가 담긴 접시가 내 앞에 놓여있다. 얼핏 보면 평범해 보이는 이 요리가, 어쩐지 나를 다른 세계로 이끄는 듯한 느낌이 든다. 새우와 야채가 면 사이에서 춤을 추고, 바질 향이 코끝을 간질이며 나를 유혹한다. 안동의 고즈넉한 거리를 걷다 우연히 발견한 '일포스티노'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이곳에서 이런 파스타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치 시공간이 뒤틀린 듯한 기분이 든다.


안동(安東)이라는 이름은 '안정된 동쪽'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지만 지금 내 앞에 놓인 이 파스타는 그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히려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용상동(龍尙洞)이라는 이름은 '용이 올라가는 동네'라는 의미를 가졌다고 한다. 그 옛날 누군가가 이곳을 명당이라 불렀을 때, 그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을까?


파스타를 한 입 먹는다. 입안에서 펼쳐지는 맛의 향연은 마치 용이 승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안동의 유구한 역사와 현대적인 맛이 혀끝에서 만난다. 나는 잠시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듯한 감각에 빠진다. 창밖으로 보이는 안동의 풍경과 접시 위의 이탈리안 요리가 묘하게 어우러진다. 이 순간,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그저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의외로 편안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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