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보고 아직도 묵은쌀이래?

by 마리엘 로즈

[찬밥 철학]

“너 그러다 찬밥 신세 될래?”
라는 말을 들으며 컸다.
그래서 나는 찬밥 되면 다들,

멘탈 나가는 줄 알았어.
찬밥 = 뒷전, 이 공식으로만 살았거든.

근데 말이야.
나는...
찬밥이 좋더라.



응? 뭐라고?
그래, 나는 자발적 찬밥러다.
왜냐면...

더운밥은 뜨거워서 바로 못 먹잖아.
후후 불다 시간 다 가고,
기다리자니 배는 고프고,
바로 한 입 넣으면

“앗 뜨거!” 하다가 혀 다 데이고.



그런데 살아보니까 말이지,

밥은 온도보다 ‘쌀’이더라.


진짜야.

좋은 쌀로 지은 밥은

식어도 찰지고, 씹을수록 맛이 살아.

사람들이 왜 그 밥만 찾는지 알아?


그 밥은 쌀이 제 몫을 다했거든.


괜히 안 되는 쌀로 더운밥 되겠다고

억지로 열기 버텨봤자,

조금만 시간지나도 금방 냄새나고 딱딱해져서

사람들이 귀신같이 알아봐.


그러니까

굳이 더운밥 되겠다고 애쓰지 말고,

좋은 쌀 되는 연습부터 하자.



내가 찬밥이어도 괜찮은 이유?

질 좋은 쌀이라 식어도 맛있거든.

거기다 나는 식으면 더 맛있는 쌀이라구.

품종이 달라, 품종이.

근데 왜 맵쌀 행세냐구?


무슨 그런 섭한 소리를 하고 그래.

내가 묵은 맵쌀에서 반지르르한 찹쌀 되느냐고

얼마나 구석구석 쓸고 닦았는데.

내가 맛있는 찬밥되고 싶어서

만난 찹쌀 스승님만 열 하고도 두 가마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아흑..



어디, 김 같은 사람 없나.
나 좀 감싸서
더 맛있게 만들어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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