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감양육 시리즈 ] EP. 03 공부는 왜 해야해?
우리 집 거실에는
소파도, 그 흔한 텔레비전도 없다
대신 그 자리를 지키는 건
6인용 테이블 하나와 의자 6개
덕분일까.
자연스럽게 거실은 가족의 대화 공간이 되었다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말을 나눈다
말이 오가는 곳엔 마음이 머물고,
그 마음이 모이면,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된다
대화가 많아질수록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깊어진다
가끔은 인문학이나 예술,
아이들 수준을 살짝 넘는 사회적 이야기들도 오간다
그렇다고 무겁게 들이밀지는 않는다
책에서 본 문장 하나,
강연에서 인상 깊었던 말 한 줄,
혹은 내가 어릴 적 겪었던 작은 에피소드를
질문으로 꺼내본다
“오늘 이런 말을 들었는데,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엄마 어릴 때 이런 일이 있었는데,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나는 ‘설명’하지 않고,
‘질문’으로 말을 건네려 한다
왜냐하면,
교훈은 말보다 공감으로 전해질 때 더 오래 남기 때문이다.
ㅡ
그날도 그랬다.
식탁에 둘러앉은 어느 저녁,
아이의 입에서
조심스레 이런 질문이 나왔다.
“엄마, 공부는 왜 해야 해?”
나는 잠시 웃으며 되물었다.
“공부 힘들지?
엄마도 어릴 땐 공부 안 해서
할머니한테 혼난 적 있어.”
“정말이야?”
“응, 정말로 등짝도 맞았어.”
아이가 피식 웃는다
‘엄마도 나랑 비슷했구나’ 싶은 마음에
어쩐지 동지의식을 느낀 듯했다
“그런데 말야,
만약 네가 사장이라면
아르바이트생을 뽑을 때 뭘 보고 뽑을 것 같아?”
“음... 성실한 사람?”
“왜 성실한 게 중요할까?”
“그런 사람이 일을 잘할 것 같아서...?”
“그렇지.
그럼 성실함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처음 보는 사람을 뭘 보고 판단할까?”
아이는 조용히 생각한다
나는 천천히 이어서 말한다
“결국 우리가 누군가를 판단할 땐,
성적이나 출결 같은 ‘보이는 숫자’에 기대게 돼.
모르는 사람일수록,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게 되거든.”
"공부는 그냥 어려운 걸 외우는 게 아니야.
공부를 하다 보면 싫은데 참고 해야하잖아.
지금처럼 조금 힘들어도 끝까지 해내려는 과정에서
성실과 인내를 배우는 거야.
또, 공부를 많이 할수록
세상을 더 넓게, 더 깊게 볼 수 있어.
네가 게임할 때 맵이 점점 넓어지잖아?
공부도 그래.
처음엔 잘 몰랐던 세상이,
아는 만큼 점점 더 크고 잘 보이게 돼.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언젠가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데
기초 체력이 되어주기도 하지.
그건 네가 힘들게 이룬 것들인데,
그걸 한눈에 보여줄 수 없으니
‘성적’이라는 지표로 드러내는 것뿐이지.
성적이 전부는 아니지만,
처음 만나는 세상이 우리를 보는 방식 중 하나일 수도 있으니까."
ㅡ
아이가 묻는 ‘공부는 왜 해야 해?’라는 질문엔
‘공부 그 자체의 목적’만 있는 게 아니다
그 안엔
삶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와
세상에 대한 막연한 갈망이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무엇을 ‘가르칠까’보다
어떻게 마음을 담아 들어줄까를 먼저 떠올린다
아이들이 원하는 건
정답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존중받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말을 나누고,
조금씩 함께 자란다
아이가 질문을 던지는 순간,
나는 엄마이자,
한 사람의 ‘어른’으로
조금 더 깊어지는 법을 배우게 된다.
ㅡ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질문하는 순간,
우리의 진짜 ‘공부’는 시작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