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양육 시리즈]EP.02 아이 스스로 깨우치는 공부의 비밀
아이와 공부를 하다 보면,
우리는 종종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모르는 걸 알려주고,
틀린 걸 고쳐주고,
더 정확하게 기억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깨달았다
진짜 공부는,
배우는 순간이 아니라,
가르치는 순간에 시작된다는 것을.
ㅡ
어느 날,
아이가 국어 문제를 풀다 문제집을 가지고 왔다
"엄마, 이거 좀 알려줘."
나도 그 문제를 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
순간 머뭇거렸다
예전 같았으면
얼른 답을 찾아 설명해주었겠지만,
그날은 마음이 달랐다
'내가 알려주는 것보다,
아이가 스스로 설명해보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도 잘 모르겠어.
그러니까 네가 먼저 공부해서 설명해줄래?"
ㅡ
아이는 선뜻 내켜하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부탁에 잠시 망설였지만,
곧 정답지와 문제를 번갈아 보며
혼자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한동안 말이 없던 아이가 이내
작은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조금 더듬었지만, 스스로 풀어낸 흐름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아이의 말을 들었다
단어 하나, 말끝 하나에 집중하며
정말 모르는 척 다시 물었다
“이 부분이 이해가 잘 안되는데...”
아이의 설명은 서툴렀지만,
그 안에는 분명 자신의 이해가 담겨 있었다
엄마를 이겼다는 듯한
은근한 자신감도 얼굴에 묻어났다.
그리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아이의 눈빛이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 막막해 보이던 아이가
이제는 자기 힘으로 길을 찾아가는 얼굴이었다
ㅡ
아이의 설명은 여전히 더듬거렸지만
그 속에는 스스로 생각하고
정리한 흔적이 담겨 있었다
막연했던 부분은 다시 곱씹었고,
애매했던 개념은 자기 말로 붙잡아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엔
뿌듯함과 함께
뭔지 모를 뭉클함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이 변화가
단 한 번의 대화로 이루어진 건 아니었다
아이는 이미 오래도록
‘설명해주는 엄마’, ‘가르쳐주는 어른’에
익숙해져 있었다
쉽게 들으면 되는 공부.
편하게 알려주던 방식에 길들어 있었기에,
스스로 고민하고 말로 설명해보는 일은
처음엔 낯설고 어려운 일이었다
'싫다'는 아이와 여러번 부딪히기도 했다
그래서 더 느리게,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했다
ㅡ
그날 이후, 나는 방식을 바꾸었다
문제가 나오면 곧바로 답을 찾기보다
“너의 생각을 먼저 들려줘.”
하고 청했고,
함께 검색하다 유사한 설명을 찾으면
“여기 이렇게 써있네.
이걸 네가 이해해서 엄마한테 알려줄래?”
하며 다시 아이에게 넘겼다
정답지를 줄 때도,
"여기 더 자세히 설명돼 있으니까,
잘 읽고 엄마한테 가르쳐줘."
하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가 설명할 때마다
나는 다시 물었다
때로는 모르는 척,
때로는 정말 궁금한 척.
가르치지 않고 되묻는 시간들,
그 속에서 아이는 조금씩
스스로 배우는 힘을 길러갔다
ㅡ
공부는,
답을 아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정리되고,
이해가 깊어지고,
자신감이 자란다
그 힘은
누군가가 정답을 알려줄 때가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순간에 생긴다
그래서 나는
가르치려고 들지 않았다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헷갈리는 건 헷갈리는 대로,
아이의 설명을 조심스럽게 듣고,
다시 물었다
"그렇구나. 그걸 어떻게 알았어?"
그렇게 묻고, 듣고,
또 묻는 동안
아이의 사고는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그리고 반드시 덧붙였다
"와, 엄마는 들어도 좀 헷갈리는데
넌 이렇게 잘 이해해서 설명까지 해주네.
정말 대단하다."
그 사소한 칭찬 한마디가
지식보다 오래 남고,
아이 마음 깊은 곳에 따뜻하게 새겨졌다
ㅡ
물론 이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가끔은 알고 있는 것도 모르는 척 넘어가야 했고,
답답한 마음을 눌러야 했다
듣는다는 건,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니까.
하지만 참았다
들어주는 것은
그저 조용히,
아이의 생각이 자라는 소리를 듣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아이를 진짜 강하게 만든다
공부하다 막히는 순간,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믿음,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확신.
부모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어야 했다
가르치는 아이는,
배우는 아이보다 훨씬 강하다
아이를 믿고,
묻고,
다시 듣고,
또 묻는 것.
그 과정 속에서
아이는 자신의 힘으로
길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런 기회를 만들어주는 부모는,
아이의 진짜 공부를 열어주는 존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