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기 싫어" 그 말 속, 숨은 진짜 이야기는?

[ 공감양육 시리즈 ] EP. 04 공부의 편견을 깨뜨리다

by 마리엘 로즈


‘공부하기 싫다’는 아이.
그 말을 검색창에 넣어보면,
비슷한 조언들이 줄줄이 따라붙는다



“싫다고 안 시킬 수는 없어요.
그러니 환경을 바꾸든,
방법을 달리하든,
어떻게든 다시 책상에 앉혀야 해요.”



그 말을 들은 부모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무엇이 문제였을까를 끝없이 분석하게 된다

동기부여 영상, 공부 루틴, 칭찬하는 법,
심지어 아이 성향별 지도법까지 찾아 헤매며,
어디선가 ‘정답’이 있지 않을까 애를 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마음속 질문들이 바뀐다

“책상이 문제인가?
너무 풀어뒀던 건 아닐까?
이젠 좀 강하게 해야 하나?”

아이를 걱정하던 마음이
점점 ‘불안’으로 바뀌고,
그 불안은 결국 부모 자신을 향한 다그침으로 번져간다

그러는 사이,
아이의 마음은 멀어진다.
부모의 시선은 ‘아이의 감정’이 아니라
‘부모 자신의 초조함’을 향하게 되니까.



그래서 나는,
아이를 다그치기 전에
내 마음을 먼저 떠올려봤다

나도 밥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건 단순히 ‘귀찮음’이 아니다

도무지 손이 안 가는 날.
냉장고 문만 열어도 한숨이 나오는 날.
불 앞에 서는 것도,
장을 보는 것도,
‘밥’이라는 단어 자체가 지긋지긋하게 느껴지는 날.

그런 날에는,
시켜 먹는 것조차 싫다.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만약 그런 날,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


“넌 주부니까 당연히 밥은 해야지.

쉬었다가 다시 해.

요리법을 바꿔보면 좀 나을지도 몰라.

그게 네 역할이잖아.”


그 말이 맞지만, 틀리다는 걸 아니까

더 속이 상한다.


내 마음은 자꾸 다른 얘기를 한다



“나는 지금,

먹고 싶지도 않은 밥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어.”



아이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공부라는 단어만 들어도 지겨운 날,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단단히 닫혀 있는 그런 날.


나는 지금

그 마음을 떠올려보고 싶다


그래서 요즘 나는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문제집을 보면

그게 버려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고맙다


책을 펼치지 않았어도,

거기 두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 나름의 애씀 같아서.

마음이 완전히 닫혔다면

책은 이미 서랍 깊숙이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혹은 책상에서조차 사라졌을 거다


그 자리에 여전히 놓여 있다는 건

아직 마음의 문이 완전히 닫힌 건 아니라는 신호다


그래서 나는

그 조용한 버팀에

은근히 감탄하고,

진심으로 칭찬하고 싶어진다



생각해보면
나도 밥을 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갑자기 재밌는 레시피가 눈에 띄었을 때.
냉장고 안에 재료가 예쁘게 준비돼 있을 때.
무엇보다,
내가 정말 배고플 때.

그건 누가 뭐라 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먼저 움직였기 때문에
손이 따라간 순간들이었다

억지로 해야 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졌기 때문에
기꺼이 움직인 시간.


아이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뭐라 해서가 아니라,
자기 안에서 뭔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는 그 순간.
그걸 기다려주는 사람 한 명만 있다면,
공부라는 단어도, 조금 덜 버거워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건 뭘까.


아이를 붙잡고 억지로 책상에 앉히는 것보다,

그 마음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옆에서 기다려주는 일.


물론,

처음에는 약간의 강제성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아이 마음이 점점 닫혀갈 때

부모가 할 수 있는 건

그 문을 두드리는 대신,

문틈으로 작은 칭찬 하나를 슬며시 밀어 넣는 것.


그 칭찬이

아이의 마음을

조금씩 열게 만들 테니까.



그래서 나는
아이가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무엇을 했느냐보다,
그 자리에 앉았다는 사실 자체를 본다

자세가 흐트러졌더라도,
집중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 숨은 하나의 ‘애씀’을 찾는다

그리고 그 애씀을
정말 진심으로 칭찬해주려고 한다



“오늘은 시간 약속을 잘 지켰구나.”

“글씨가 전보다 훨씬 단정해졌네.”

“하기 싫었을 텐데, 그래도 앉아줘서 고마워.”

“힘들었지? 그런데도 해줘서 정말 대단하다.”



그 말 한마디에
아이 마음은
생각보다 조용히, 크게 움직인다

마치 아주 오래 닫혀 있던 창문이
바람 한 줄기에 슬며시 열리는 것처럼.


공부를 잘하게 만드는 방법보다,
먼저 그 마음을 이해해주고 싶은 사람.
나는 그런 부모이고 싶다

책상에 앉은 아이보다
마음이 앉을 자리를 먼저 마련해주는 사람.

공부가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
그 말에
“그래, 그럴 수 있어”
하고 말해줄 수 있는 어른.
그렇게 내 아이의 마음을
하루에 한 걸음씩
안쪽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

그게 언젠가
아이 스스로 책상 앞에 앉게 되는
가장 부드럽고 진심 어린 출발점이 되어줄 거라고,
나는 믿는다



아이의 공부보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믿어주는 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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