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감양육 시리즈 ] EP. 05 아이 옆에 앉아보지 않고는 모른다
아이와 함께
하루 12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본 적이 있는가.
나는,
그 자리에 함께 앉아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날, 처음 알게 되었다
공부는,
단지 문제를 푸는 시간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스스로와 싸우는,
조용하지만 가장 격렬한 전투였다
ㅡ
첫날,
몸이 무너져 내렸다
허리가, 어깨가
끊어질 듯 아팠다
조금씩 쌓이던 통증은
하루가 지나자 콕콕, 쑤셔왔다
나는 그냥
‘앉아만 있었을 뿐’인데
온몸이 아팠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말없이 견디는
그 피로와 고통을,
그동안 내가 얼마나 가볍게 여겨왔는지를.
ㅡ
사람들은 말한다.
억지로 시키는 공부가 더 괴롭다고.
스스로 선택한 공부는 그래도 낫다고.
하지만 나는,
정말로 마음먹고 시작한 공부가
훨씬 더 외롭고, 고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스스로 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그 결심을 매일,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 자리에서
다시 꺼내 써야 한다
의지는 쉽게 닳고,
버텨야 할 이유는
어느 순간 흐려지니까.
ㅡ
운동도 그렇다
헬스장에선
그저 강사의 말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
그 시간만 버티면 끝이다
하지만 집에서
혼자 운동복을 챙겨 입고,
러닝화 끈을 조여 매는 일은
이상하리만치 어렵다
스스로 한다는 건
그만큼의 에너지를,
의지를,
마음을 들여야 하는 일이니까.
ㅡ
공부도 같았다
앉아 있는 게 공부가 아니었다
의지를 꺼내고,
잡생각을 밀어내고,
한 문제를 붙잡고 다시 싸우는 일이었다
지루하고,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공부가 뭐가 힘들어.”
그 말은,
어쩌면, 이미 치열하게 버티고 있는 아이들에게
남아 있는 의지마저 꺾어버리는
가장 가혹한 말인지도 모른다
ㅡ
예전엔
그룹 스터디를 이해하지 못했다
공부는 혼자 하는 거라 여겼다
하지만 아이 옆에 앉아보니,
이제야 알겠다
공부는 정말 외로운 일이라는 걸.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는 싸움을
말없이, 오래 버텨내야 하는 시간이라는 걸.
익숙하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주 착각한다
익숙해졌으니, 이제 괜찮을 거라고.
그렇게 하루를 견뎌낸 아이에게
우리는 어떤 얼굴로 말을 건넸을까.
시험이 끝난 날,
기대에 못 미친 결과에
실망부터 꺼내지 않았을까.
“책상에 앉아 있는 게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그래.”
“결과가 이게 뭐야.”
“이만큼 했으면 더 잘 나와야지.”
그 말들이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눌렀을지,
우리는 정말 알고 있었을까.
ㅡ
얼마 전,
시험을 앞둔 아이에게
나는 장난처럼 말했다
“망치면 게임 시간 회수해야겠다”
그 말에
아이는 정색하며 말했다
“엄마, 나는 그렇게까지 해서 공부하고 싶지는 않아.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 말에 담긴 마음의 무게가
생각보다 훨씬 깊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정말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매일 치르고 있는 싸움이
얼마나 외롭고, 무거운지.
그리고,
우리가 그 깊이를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ㅡ
공부는,
책상에 앉아 있는 일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붙잡아두는 일이다
마음을 다잡고,
좌절을 밀어내고,
지루함을 견디는 일.
그걸 해내고 있는 아이는
게으른 아이가 아니라,
정말 성실한 싸움꾼이었다
싸움에서 졌다고 해서,
그 아이를 게으르다 말할 수 있을까.
시험을 치르고 돌아온 아이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너무 힘들었지
정말 대견하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오늘 집에 돌아온 아이의 눈빛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면 좋겠다
그 눈빛 안에는
말하지 못한 싸움의 기록이
고요히 담겨 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