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감양육 시리즈 ] EP. 06 약속과 책임의 중요성
듣는 척, 듣지 않는 마음
아이와 대화할 때,
부모는 종종 막히는 느낌을 받는다
말은 오가는데,
서로의 마음은 어쩐지 엇갈린다
이유는 단순하다.
듣는 척만 하고, 진짜로 듣지 않기 때문이다.
"공부했으니까, 독서도 마무리하자.
한 번에 끝내는 게 더 낫잖아?"
질문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사실은 내가 정해둔 답을
아이 입에서 듣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물어보는 척,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런 대화가 반복되면
아이는 곧 알아차린다
“엄마는 내 얘기를 들을 마음이 없구나.”
“결국은 엄마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잖아.”
"그럴거면 왜 물어봤어."
그 말이 아팠다
'내 선택은 의미 없어'라는 마음이
그 안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라면,
한 번쯤 멈춰 서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질문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 끝에는 ‘유도’가 따라붙진 않았는지.
아이가 말하기도 전에
내가 원하는 답으로 이끌어버리진 않았는지.
ㅡ
진짜 대화는 듣는 데서 시작된다
아이를 내 생각 쪽으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아이가 어디쯤 서 있는지, 가만히 바라보는 일이다
"그래, 네가 편한 대로 해."
처음엔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또 덧붙였다
"근데 공부까지 한 김에, 독서도 같이 마치면
마음이 더 편하지 않을까?"
그 말에 아이는 잠시 말이 없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는 좀 쉬었다가 하고 싶어. 게임하고 나면 기분도 풀리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또 한마디를 보탰다
"그래도 지금 해두면, 나중에 더 여유롭지 않을까?"
그 순간, 아이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엄마는 그냥 독서 먼저 하라고 말하고 싶은 거잖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식탁 위에 가라앉은 정적 사이로,
아이가 조용히 마음의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내가 원한 건 대화가 아니라,
설득이었단 걸.
ㅡ
되묻기는 생각을 넓혀주는 기술이다
“왜 그렇게 하고 싶어?”
“그럼,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이런 말은 답을 유도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의 생각을 펼칠 수 있게 돕는다
듣는다는 건,
아이의 마음을 믿고 기다리는 일.
되묻는다는 건,
그 아이의 시선을 따라, 끝까지 함께 가보는 일.
그래서 되묻기는,
공감의 가장 조용한 표현이다
ㅡ
그래서 요즘 나는,
아이와의 거의 모든 대화에
이 네 가지 문장을 꼭 넣는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럼 어떻게 하고 싶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아이의 생각을 인정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물어본다
그리고 결정의 순간에는
설득이 아닌 약속의 개념으로 정리해준다
“그래, 그럼 나는 네 선택을 믿어볼게.”
나는 믿는다는 신호를 주었지만,
그 믿음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넌지시 암시한다
ㅡ
왜냐하면
아이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그 일을 하지 않은 사실보다
신뢰를 저버린 의미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네 말을 믿었어.
그런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다음엔 내가 어떻게 널 믿을 수 있을까?”
라는 식으로 되묻는다면,
비난보다 훨씬 깊은 반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건 그냥 일을 안했다의 문제가 아니야.
너와 나 사이의 ‘신뢰’에 대한 이야기야.
친구와 한 약속도 이렇게 쉽게 넘기진 않았을 거야, 그렇지?”
이렇게 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혼나는 기분 보다
'엄마가 나를 믿어줬는데,
내가 스스로 그걸 무너뜨렸구나'
하는 책임감과 미안함이 생기게 된다
할 일에는 핑계가 붙을 수 있지만
신뢰에는 책임만 따를 수 있다
그래서 보통 싸움으로 번지기 전에,
아이 스스로 마음을 다잡게 되는 경우가 많다
ㅡ
가르치기보다 먼저,
질문하는 사람.
설명하기보다 먼저,
들어주는 사람.
그렇게 나는,
공감이라는 언어를 통해
나는 아이에게 책임과 신뢰까지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오늘도,
묻는다
“그럼,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