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숨기고 싶은 감정 | EP.03 외면
"나는 외면했어.
그게 마음을 지키는 방법인 줄 알았거든."
- Inspired by 《어린 왕자》 중에서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스스로 만든 착각이었다.
나는 오히려
보고 싶지 않은 걸, 아예 안 보는 사람이었다.
ㅡ
마음에 걸리는 말,
선 넘는 농담에도,
“별일 아냐.”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그렇게 말을 돌리며
애써 웃어야만 했던 순간들.
“나는 상관없어. 네가 편한 대로 해.”
“내가 참는 게 편하니까.”
나는 그런 행동과 말들로
그런 것들을 못 본 척 넘겨버렸다.
사람들은
문제를 보고 나서 피하거나 부딪히지만,
나는
보기도 전에 고개를 돌려버리는 사람이었다.
그건,
평화를 가장한 나에게 익숙한 방식이었다.
슬쩍 눈만 돌리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갈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평화주의자’라고 생각했다.
ㅡ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싫은 사람,
안 맞는 상황을
애초에 보지도 않았고,
그냥 외면해버렸다.
그런 내가,
정말 평화를 지키는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외면’을 무기처럼 들고
‘평화로운 척’하며
도망치던 겁쟁이는 아니었을까.
그 생각이
아무렇지 않게 쌓아둔 마음 한켠을
'툭'하고 무너뜨렸다.
그런데도 나는
그 찔림조차 제대로 보지 않았다.
불편하니까.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다시 고개를 돌렸다.
보지 않으면
늘 그렇듯,
결국 없던 일이 될 걸 알고 있었으니까.
ㅡ
외면은
내가 만든 가장 정교한 방어막이자
비겁한 도피처였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싸우지 않기 위해
조용히 나를 감추는 방식.
그리고 그 방어막은
너무도 그럴듯해서,
때로는 나조차 속아 넘어갈 만큼
진짜 평화처럼 보이기도 했다.
ㅡ
하지만 이제는
도망치는 대신,
한 걸음 더 머물러보려 한다.
불편하더라도,
마음이 흔들리더라도,
이번엔
그 마음을 눈 감지 않고
조금은 제대로 마주해보고 싶다.
그동안 보지 않으려 외면했던
내 마음의 작은 울음까지도
이젠,
조금은 품어주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