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숨기고 싶은 감정 | EP.04 허세
“나 역시도 어릿광대처럼 행동하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 by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중에서
나는 진짜 나를 들여다볼 때,
오히려 뒷걸음질치게 된다.
아니,
누군가 내 안에 숨겨둔
진짜 나를 알아볼까 봐,
그게 더 무섭다.
그래서 언제나
가장 괜찮은 얼굴을 고르고
제일 그럴듯한 옷을 꺼내입는다.
내가 가장 오래 써온 가면.
‘평화주의자’라는 이름을
조용히 덧씌운다.
ㅡ
그 가면이 자연스러워 보이려면
괜찮은 척, 웃는 척, 칭찬하는 척.
삼종세트가 꼭 필요하다.
그렇게만 하면
어디서든 무리 없이
지나갈 수 있으니까.
거의 만능키처럼.
그런데 가끔 묻는다.
누가, 진짜 나일까.
ㅡ
힘들 땐 짜증부터 내는 나.
뒤에서 험담하며 속이 시원해지는 나.
질투와 부러움으로
마음속이 복잡한 나.
다 해진 티셔츠에,
늘 손끝이 젖어 있는 나.
예쁜 옷을 입고 싶어서
좋아하는 간식도 참고
억지로 운동을 해보는 나.
입꼬리 처질까 봐
혼자 웃는 연습을 하는 나.
마음은 타들어가는데,
겉은 아무렇지 않은 척, 차갑게 굴던 나.
마음은 뛰쳐나가고 싶은데,
표정은 자리를 지키는 나.
그러면서 괜찮은 척,
나를 만들고 있는 나.
ㅡ
지금의 행동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다만 그 때는,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고,
인정받고 싶다는 말은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속내 같아서
아무렇지 않게 조금은 잘난 척으로
겉을 채워야만 했다.
이 마음은 허세가 맞다.
지금은,
무너지지 않으려
그냥 살아지는 쪽에 가깝다.
벗어야 할 무언가보단
익숙해진 얼굴 같은 것.
지금의 나에게 허세란,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무너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그래서 나는,
이 허세가 싫지 않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