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발 쫌... 형!!]
우리 집엔 ‘형’이 하나 있다.
근데 그냥 형이 아니다.
살아있는 걱정 덩어리에
움직이는 짜증 생성기 플러스
숨 쉬는 불안 예보 시스템까지 장착했다.
들어는 봤나?
“아우 짜증나”가 입버릇인 형.
키워는 봤나?
아직 안 일어난 일에 먼저 짜증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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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직 아무 일도 안 났거든?
근데 “아...” 소리만 나도
“어떡하지? 아 진짜 짜증나, 큰일 나면 어떡해!”
하면서 벌써 2일치 에너지를 써버린다.
그 순간부터
집안 공기가 묘하게 눅눅해진다.
엄마는 눈치 보며 가스렌지 불 줄이고,
아빠는 조용히 방으로 피신한다.
※ 눈 마주치면 같이 걱정해야 하는 룰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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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형의 걱정은 '예언'이 아니라
진심으로 예민한 '예습'.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을
세 번 돌려보고,
다섯 번 짜증내고,
결국 본인은 진 빠져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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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레이더엔 늘
“불길한 기운 감지 완료”,
“예상 스트레스 레벨 7단계 상승”
이런 알림이 떠 있는 것 같다.
나중에 아무 일 없이 지나가잖아?
그러면
“휴... 다행이다. 내가 미리 걱정해서 그런 듯.”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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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진지하게 생각한다.
형은 아마 걱정이 본업이고,
짜증은 부업인 사람일 거다.
우리 집에선 거의
불안 전문 인플루언서.
걱정 하나만 던지면
팔로워 셋은 자동 생성된다.
그 형이 그렇게 걱정을 해놓고도,
막상 진짜 일이 터지면 나부터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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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고?
내 딸이니까.
그 형?
그 입버릇 “아우 짜증나” 그 걱정 폭탄?
내가 낳은, 우리 집 걱정인형.
베개 밑에 들어가긴커녕,
내 옆에서 매일 걱정을 꺼내 펼친다.
색깔별로, 버전별로, 상황별로.
"엄마, 근데 만약에 내일 그게 안 되면 어떡해?"
"엄마, 혹시 내가 실수한 거면?"
걱정의 끝은 없다.
대책 없는 상상력에 감정까지 실어서
이미 내일의 불행을 오늘 겪는 중이다.
아니, 도대체 왜!!!
정작 게임하다 핸드폰 터질까봐
걱정은 안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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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 집엔
말하는 걱정인형이 살고 있다.
정식 명칭: 딸
버전: 감정 풀옵션
기능: 예고 없는 불안 방송, 한숨 ASMR 탑재
그리고 나는...
그 인형의 비상 연락망이자,
스트레스 필터 담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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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뭐,
그래도 내 걱정인형이 제일 귀엽다.
가끔 껴안고 말해준다.
“얘야, 걱정은 일이 난 다음에 해.
지금은 그냥 밥부터 먹자.”
그리고 그 걱정인형은
입 한가득 밥을 넣으며 말한다.
“근데 엄마, 만약에 이 반찬 다 떨어지면?”
하아. 걱정은 식후에 해라,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