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마음의 결

괜찮아, 너는 일부러 그런 아이가 아니었잖아

마음의 결 | EP.14 잊고 싶은 과거의 기억

by 마리엘 로즈


아무 일 없던 하루 끝에,

문득 오래된 기억 하나가 고개를 든다.


다 지나간 줄 알았던 장면인데도

가슴 한켠이 서늘해진다.


어딘가 모자랐던 말투,

무심했던 표정,

다 헤아리지 못한 마음들까지

파도처럼 밀려온다.


"왜 그랬을까."

"어떻게 그렇게밖에 못했을까."


지금은 알 것 같은데,

그땐 몰랐던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 미숙함이 부끄러워

나는 또 한 번,

마음속 어디쯤에 주저앉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순간에,

나만큼이나 어린 내가 거기 있었다는 걸.


그래서 나는

그때의 내 옆에 조용히 앉아본다.

말없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리고 철없던 시절의 나를.


그리고 아주 조용히 속삭인다.


괜찮아.
너도 모르고 그런 거잖아.
일부러 그럴 만큼 너는 모진 아이가 아니었잖니.


그 말을 듣고서야

그 아이는 조금씩 고개를 든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누그러지고,

얼어붙은 마음에 조용히 온기가 번진다.


그렇게

나부터 용서할 줄 알아야

남도 용서할 온기와 여유가 생긴다.


자기 자신에게조차 냉정한 사람은

결국 누구에게도 따뜻해질 수 없다는 걸

나는 내 기억들을 통해 배운다.



용서는 거창한 게 아니다.


그때 그 자리에

그 아이의 옆에

같이 앉아주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


오늘도 나는,

나의 어린 날을 조용히 안아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괜찮아.

괜찮아.

그 아이는 이제 혼자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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