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마음의 결

댓글, 그 가볍고도 무거움에 대하여

마음의 결 |EP.15 댓글의 이중성

by 마리엘 로즈

나는 댓글을 싫어한다.

아니, 싫어하면서도 좋아한다.


한 줄의 말에

진심이 너무 많이 들어가 버리니까.


누군가는 가볍게 툭 던지는

가벼운 말일지 몰라도,

나에게 댓글은

마음을 써서 보여주는 일이다.


나는 늘 머리가 복잡하다.

그 복잡함의 이유는 단순하다.

막상 인생은 단순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건 해야 했고,

갖고 싶은 건 가져야 했고,

배우고 싶으면 배워야 했고,

말하고 싶은 건 말해야 했다.


하지만 그냥 말하면

너무 칼처럼 꽂혔다.

그래서 부드럽게 돌려 말하는 법을 배웠다.

내가 좋아하는 풍자와 해학도 곁들여서.


직진밖에 몰랐던 나는

세상과 자주 부딪히며 살았다.

세상은 돌아가길 원했지만,

나는 끝까지 정면으로 걸어갔다.


몇 번의 모진 비바람을 맞고 나서야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지혜를 공부하기 위해 책을 가까이 했고,

처세를 익히기 위해 말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인간을 공부했다.


이 모든 노력은

결국 내가 행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지나 알게 된 건 하나다.


주변이 불행한데

나 혼자 행복할 수는 없다는 것.

나만 행복하다고

주변이 함께 웃는 것도 아니라는 것.


하지만

내가 행복하면

행복은 나눌 수는 있다는 것.

그건 가능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내가 나눌 수 있는 것.

사람을 오래 보고,

깊이 들여다본 내가 줄 수 있는 것.


그건 아마

모든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그것.


바로 칭찬이다.


과해도 넘치지 않고,

모자라도 부족함이 없는 말.

사람을 빛나게 만드는

말의 마법 같은 것.


하지만 사람의 촉은 예리하다.

영혼 없는 칭찬은

귓가에 닿기도 전에 사라진다.


그 사람의 심장에 닿는 칭찬은

진심이 들어간 말이어야 한다.


진심 없는 말은 기억되지 않는다.

진심 있는 말이 모이면

하루를 바꾸고

가끔은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댓글이 하나 달릴 때,

내 입가엔 환한 미소와 한숨이 함께 번진다.


그건 참 반가운 일이면서도,

또 한 번 진심을 꺼내야 한다는

조용한 무게감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 역시 사람이다.

마음이 더 가는 사람이 있고,

덜 가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또한,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진심을 보여주었는가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믿는다.


가끔 내 진심이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괜찮다.
그만큼 진심이 깊었다는 뜻일뿐이니까.


진심 어린 칭찬은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한다.


나는 그 사람의 글을 내 글 보다 더 꼼꼼히 읽고,

사람의 감정이 되어보고,

그 마음 안에 들어가 본다.


그 마음 안에서

같이 아파하고,

함께 웃고,

결국 그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찾아낸다.


인간을 이론이 아닌

경험으로 너무 많이 겪어본 나는

한숨 하나, 쉼표 하나에

얼마나 많은 의기와 감정이 실려 있는지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인다.


가끔은 귀찮아서 형식적으로 남긴 댓글이

마음에 오래 걸릴 때도 있다.


오히려 힘들어도,

과한 진심을 쏟은 쪽이

내 경험상 훨씬 더 행복했다.


그건 사람에게 진심을 다하자는

나 자신과의 조용한 약속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후회한 적은 없다.


대신 그건 내 모든 관심을

그 짧은 시간에

사람에게 다 내어 주는 일이다.


기껏해야 댓글 하나인데.


그래서 나는 댓글을 싫어한다.

그리고 동시에 댓글을 사랑한다.


내가 쏟은 그 진심이

누군가의 마음을 바꾸는 걸

수없이 봐버렸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쏟은 에너지보다

훨씬 더 큰 감동을 받는다.


그 마음 깊은 편지를 받아본 사람만이
그 감동을 안다.

그리고 내 마음을 귀하게 여겨준 사람은
그 진심의 무게를 안다.


내가 던진 진심이

누군가에게 닿는다는 믿음은

결국 내가 나를 믿게 하는 힘이 된다.


그건 나의 자존감에도

조용히, 깊게 영향을 준다.


글을 쓰러 온 곳에서

또 진심 어린 댓글을 열심히 적는

나를 보면 가끔 실소가 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댓글을 잘 쓰는 날은

내 글은 쓰지 못한다.
마음을 다 써버렸는지

글을 쓸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이 또한,

내가 사랑하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작고도 진한 애정의 방식이다.

그나름대로의 보상 역시 주어진다.

 

그 중독 같은 감정을

나는 아직도 놓지 못한다.


그래서 또 진심을 쓴다.

조심스럽게, 조용히.


한 줄의 말 속에,

누군가의 하루가 담겨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의 진심을 어떻게 하느냐는

오롯이 그 사람의 몫이다.
나는 그저,

현재의 나에게 최선을 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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