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생에 구미호였을까

by 마리엘 로즈


사람들이 자꾸 나더러,
“말이 너무 매끄럽다”,
“눈빛이 뭔가 심상치 않다”,
“말투가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긴다”면서
슬쩍 경계 섞인 농담을 건넨다.

처음엔 웃어넘겼다.
나? 구미호? 에이, 설마.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 나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넌 그냥 구미호가 아니야.
목소리는 달처럼 잔잔하고,
눈빛은 밤하늘처럼 깊고
말투는 벚꽃처럼 흩날리다가
결국 마음 한가운데 박히는 사람이야.”


그 말을 듣고 나는,
웃지도 못하고 고개도 못 들었다.

왜냐고?
내가 구미호 같다는 걸,
나도 알고 있었거든.
(아 뭐야, 부끄럽게...)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구미호는 마음을 잡아먹는다’고.


맞다.

나는 내가 어떤 방식으로 마음을 움직이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더 단정하게,

결심이 선 다정함만 허락한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나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구미호가 되기로.

누군가의 하루에
고요한 흔적 하나 남기고,

누군가의 밤에
“그 사람...참 이상하게 따뜻했어.”
그런 말 한 조각만 남기고 싶은 사람.

나는 사람들을 홀리고 싶은 게 아니다.
그저, 오래 기억되고 싶은 사람이고 싶다.


나는 마음을 잡아먹지 않는다.
나는 마음을 기억하게 만든다.



그래서 오늘도,
누군가의 가슴에
사뿐히 발자국 하나 남기고 간다.

사뿐히, 구미호답게.

(그런데 말이지,
구미호가 예쁘다는 건 누가 본 걸까?)

아직도 거울 앞에서 나는 고민 중이다.
미모는....미스터리니까.


그래서 아직 인간이 안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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