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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스치는 자리 | 그녀의 이야기

푸른 눈빛 아래 1부 | 프 롤 로 그

by 마리엘 로즈


그녀는 늘,

바람이 스치는 방향을

먼저 알아채는 사람이었다.
 

누가 먼저 말을 걸기도 전에
상대의 감정을 조용히 읽어내고,
혼자 있어도 그 자리를

평온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지닌 사람이었다.
 

긴 머리는 깔끔하게 묶여 있었고,
입은 옷은 늘 부드러운 색감이었다.


흰빛이 감도는 베이지나 은은한 회색,
말 없는 색들이었지만,
햇살이 스치면 그 고요한 옷자락이
주변까지 은은하게 비추는 것 같았다.
 

눈매는 선명하면서도 고요했고,
웃을 때는 입보다

눈꼬리 쪽이 먼저 반응했다.


그 웃음 끝엔,
늘 아주 얇은 슬픔 하나가

조용히 깃들어 있었다.
 

목소리는 낮고 단정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말은 언제나 가볍지 않았고
그 침묵조차 따뜻한 결을 품고 있었다.
 

누군가 그녀를 바라본다면,
그 시선은 어느새
그녀의 손끝이나 옷깃,

숨결 머무는 방향까지
조용히 따라가고 있었을 것이다.
 

혼자 앉아 창밖을 볼 때,
잔 속 얼음이 녹는 소리마저
그녀 곁에서는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들렸다.
 

사람들은 그녀를
말보다 ‘느낌으로 기억되는 사람’이라 했다.
이름보다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고,
목소리보다 오래 남는 정적이 있는 사람.
 

그런 그녀를
어떤 이는 “신비롭다”고 했고,
어떤 이는 “닿을 수 없는 사람 같다”고도 했지만,
정작 그녀는 누구보다

다정하게 마음을 품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스쳐가는 인연엔 조용했고,
소중한 사람 앞에서는

더 조용해지는 사람이었다.
 

그 조용함에 처음으로 멈춰 선 사람,
그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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