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그들]
이쯤 되면, 제목 낚시 대회 상위권쯤은
노려볼 만하지 않나?
“흠모했던 세 명의 남자”라니!!!!
근데 걱정 마시라.
심쿵 연애담이나, 풋풋한 첫사랑 얘기 아니다.
내가 반한 건 잘생김도, 재력도 아니고-
오직, 두뇌였다.
첫 번째, 제갈공명.
그 이름만 들어도 바람 한 번 스치고
지나가지 않나?
천하삼분지계, 적벽대전,
거기다 부채 하나로 우아함까지 장착.
나는 그의 ‘한 수 앞을 내다보는 두뇌 회로’에
넋을 놓았다.
왜냐고?
나도 뭐 하나 시작하기 전에,
무조건 판부터 짜는 인간이거든.
두 번째, 셜록 홈즈.
표정은 늘 무표정, 말투는 건조.
나랑 말 한마디도 안 섞고 돌아설 스타일이다.
근데도 좋아했다.
그 집요한 관찰력, 디테일 병적 수집,
그리고 눈빛 하나로 사람 심리 꿰뚫는 능력.
사실 나도 누굴 볼 땐
겉모습보다 ‘말 안 한 것들’을 먼저 본다.
상대의 말보다,
말한 뒤에 흘리는 시선이 더 중요하거든.
홈즈는 그걸,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해냈다.
그건 존경해야지. 안 그래?
세 번째는, 헬무트 폰 몰트케.
어감만 들어도 벌써 뭔가 '진지하게 멋짐'.
독일의 참모총장인데,
말 하나로 내 심장을 노크했다.
"계획은 전투가 시작되면 의미 없어져.
그러니까, 계획을 더 많이 짜놔야 해."
말이 이게......미쳤지!!!
사람은 예측 불가하단 걸 전제로,
변수마저 품는 사고력이라니.
나도 그렇다.
항상 1안, 2안, 심하면 4안까지 준비하면서도
결국 즉흥으로 움직이는 계획형 자유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헬무트는 부하의 실수도 품었다.
실수는 혼내는 게 아니라,
다음 전략에 녹이는 것.
그 말에서 나는
‘안전하게 똑똑한 사람’의 품을 느꼈다.
이건 반할 수밖에 없지.인정!!
결론은 이렇다.
나는 생각하는 사람을 흠모하는 사람이었다.
전략가, 탐정, 사령관.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음....내 취향이 아주 명확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혹시.....전생에 남자였나?
이상하게도,
난 늘 왕좌에 앉아 판을 짜고 있는 쪽에
마음이 간다.
사랑보단 전략, 감성보단 구조,
그리고 설렘보단.... 치밀한 복선!!!!
그러니까 이쯤 되면
내 전생은 궁중 책사 아니면
전쟁광 참모였을지도 모르겠다.
부채 대신 펜을 들고,
지금은 글로 세상을 설득해보겠다고
앉아 있는 걸 보면.
그래서 그냥 글감으로 쓰기로 했다.
사랑은 현실에서 어렵지만,
존경은 언제나 가능하니까.
그래서 요즘은 자주 생각한다.
요즘엔 왜 책사가 없을까?
나, 아리따운 책사 역할이라면 자신 있는데.
부채 대신 펜 들고,
전단지 대신 작전 짜줄 수 있는데 말이야.
역시 사람은....
시대를 잘 타고 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