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결 | EP.21 말이 고요해진 밤
어떤 날은
참 많은 말을 하게 돼요.
상대의 기분을 살피며
단어를 조심스레 고르고,
무례하지 않도록 웃음을 얹고
눈치를 담은 공감으로 분위기를 이끌죠.
무거운 대화엔
작은 위로를 얹고,
가벼운 대화엔
센스 있는 농담으로 온도를 맞춰갑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사람을 마주하고
조심스럽게 말들을 건넨 뒤-
집에 돌아와 문을 닫는 순간,
마음이 스르르 가라앉습니다.
무언가를 잔뜩 하고 온 것 같은데
속은 고요하고, 어딘가 허전합니다.
모임도 좋았고
말도 잘했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조용히 쓸쓸할까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건 아마도
‘감정 에너지’를 많이 썼기 때문일거예요.
말을 한다는 건,
단지 입 밖으로 단어를 꺼내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 안에는
‘나’라는 사람이 들어 있고,
조율된 감정과
상대를 향한 조심스러운 시선이 담겨 있죠.
무엇보다도,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도록"
다정한 마음으로 바닥을 깔아 놓고서야
우리는 겨우 한마디를 꺼냅니다.
그래서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반응하려 애쓰게 됩니다.
그 모든 배려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주 큰 에너지를 써요.
그리고 그 에너지가 빠져나간 자리엔
아무도 모르는
조용한 헛헛함이 남습니다.
배려라는 이름으로
말을 조심하다가,
스스로가 지치는 순간도 찾아오죠.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다해 사람을 대했다면-
그 진심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오늘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의 말이 고요해졌다면
그건 감정이 쉬고 있다는 뜻이에요.
따뜻한 차 한 잔.
느긋한 음악 한 곡.
그리고-
나에게 건네는 다정한 한마디.
“오늘도 참 애썼어.”
“이제는 나를 돌볼 차례야.”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오늘,
그런 고요한 밤을 지나고 있다면-
그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당신은 그만큼
마음을 다해 사람을 만난 거예요.
그러니, 오늘의 고요는
그저
당신이 다정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