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에 부치는 한 편의 기록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 이제 겨우 4개월.
시간으로 보면 짧지만,
마음 안에서 지나간 감정의 결은 결코 짧지 않았다.
처음엔 나를 잊지 않기 위해 썼다.
“나는 이런 결의 사람입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하루를 살아냅니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남겨두고 싶었던 기록.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이 두렵고,
어떤 말로 나를 부르고 싶은지...
글은 그렇게 내 안에 남은 조각들을 모아
지도처럼 그려주었다.
ㅡ
변화는 거창하지 않았다.
새벽,
문득 울린 알림 하나.
“오늘 당신 글 덕분에 버텼어요.”
그 짧은 문장을 보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등을 누군가 조용히 밀어주는 느낌이었달까.
그 순간 알았다.
글이라는 건 혼잣말처럼 시작해도,
끝내 누군가에게 닿는다는 걸.
그리고 그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를.
그날 이후 글은 조금씩 달라졌다.
나를 위한 메모장에서,
우리 사이를 잇는 다리로.
ㅡ
나는
사랑과 책임,
신뢰와 불안,
상실과 애착.
누구나 한 번쯤 느꼈지만
말로 꺼내긴 어려운 감정들.
그걸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쓰고 싶었기에
그런 것들을 오래 만지작거렸다.
정확한 문장이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
그 말들이 가끔은 너무 깊이 찔러서
날카로운 날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란 걸 안다.
돌려 말하지 않고 상처를 정확히 짚어주는 일이
결국은 회복으로 이어지기도 하니까.
그래서 나는 지금도 매일 생각한다.
내가 쓰는 글은
살아 있는 사람에 대한 존경이고,
살아내는 마음에 대한 연대라고.
ㅡ
4개월 동안 내 삶에 작고 조용한 의식이 생겼다.
아침에는
전날 썼던 글을 다시 소리 내 읽어보고,
낮에는
마음에 남은 장면 하나를 기억해두었다가,
밤에는
그 말이 과장되진 않았는지,
너무 예쁘게만 포장되진 않았는지
스스로 묻고, 지우고, 다시 쓴다.
그리고 새벽엔,
지워낸 자리의 숨결을 다시 살려 넣는다.
ㅡ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을 읽을 때면 드는 생각.
누군가는 지금,
사랑을 다시 믿어보려 하고
누군가는 신뢰라는 말의 무게를 견디고,
또 어떤 누군가는 불안 속에서도
꿋꿋이 하루를 통과해낸다.
그런 삶들이 내 글 위에 스며들면,
글은 비로소 내 손을 떠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이별이 좋다.
ㅡ
브런치가 10살이 되는 지금,
나는 여전히 4개월 된 신참이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 확실히 하나는 배웠다.
글은,
정말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
그리고
닿은 마음은,
또 다른 마음을 조용히 흔든다.
브런치가 나에게 준 건
발행 버튼이 아니라
서로에게 건너갈 수 있는 ‘열린 통로’였다는 것도.
그래서 나는 다음 10년을 생각한다.
오늘보다 내일 더 정확하고,
더 다정한 문장을 쓰겠다고.
무너지려는 마음 위에 천천히 내려앉아
“우리, 같이 살아봅시다.”
그 말을 꺼낼 수 있는 문장을 쓰겠다고.
나는 믿는다.
문장이 사람을 바꾸고,
사람이 결국 세상을 조금 바꾼다는 걸.
그게 거창한 말이 아니라
그저 누군가의 오늘을 버티게 해주는
딱 한 줄이면 충분하다는 것도.
ㅡ
그래서 나는 계속 쓸 것이다.
누군가를 붙들어주는 문장,
망설이는 손을 다정하게 이끄는 문장,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라고 속삭여주는 문장.
그리고 바라본다.
당신의 마음 위에,
내 문장이 조용히 내려앉기를.
오늘의 어둠을 통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아주 작은 불빛이 되기를.
이 전시의 어느 모퉁이에서
나의 4개월과 브런치의 10년이
나란히 놓이기를.
당신의 이야기가 내 문장에 닿고,
내 문장이 당신의 내일을 비출 수 있도록.
나의 꿈은 여기서 다시 시작됩니다.
나로부터,
그리고 반드시 당신에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