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마음의 결

안정된 삶은 환상일지도 모른다

마음의 결 | EP.28

by 마리엘 로즈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행복은 안정된 삶에 있다고.


그래서 우리는
오늘의 작은 기쁨을 미루고,
지금의 자유를 조심스럽게 접어둔 채
언젠가 도착할 ‘그날’을 위해 살아간다.


지금은 잠시 참는 거라고.
나중엔 더 나아질 거라고.
지금은 견뎌야 할 시간이라고.




그런데
그 ‘나중’은 정말 오는 걸까.

하루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인데,
과연 ‘안정된 삶’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긴 하는 걸까.

계획이 어긋나고,
관계는 예고 없이 변하고,
마음도 매 순간 달라지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안정이라 부를 수 있을까.



어느새,
소확행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작은 행복이라도 꼭 붙잡고 싶은 마음.
버거운 하루를 달래줄 핑계 같은 위로.

초콜릿 하나, 커피 한 잔,
바람이 좋은 날의 산책.


그 조그마한 기쁨 앞에서
우리는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조금만 더 참자.
조금만 더 견디자.



나도 그랬다.

가족을 위해 살았다.
그러자 가족은 평화로웠다.

하지만 그 평화 속에
나는 없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사라진 그 자리엔
고요하지만 비어 있는 침묵만 남아 있었다.



내 꿈을 좇으려 했을 때,
질서가 살짝 흔들렸다.

그 순간,

죄책감이 찾아왔다.


내가 무언가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내 욕심으로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그러나 그건 아주 미미한 흔들림이었고

오히려 그때,


나는 살아 있다는 감각을 되찾았다.



단체의 평화를 위해
개인의 감정이 억눌리는 구조.


그건 과연 옳은 걸까.
정말 필요한 희생일까,
아니면
다수의 편안함을 위한 침묵의 강요일까.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자유가 사라져도 되는 걸까.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집착하는 건 안정이라기보다,


“예측 가능한 것”에 대한 안심일지도 모른다.

돈, 직업, 계획, 관계...
모두 손에 잡히는 안정처럼 보이지만

그 어떤 것도
감정의 안정,

존재의 평화와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그 낡은 환상에서
이제는 걸어나와야 하지 않을까.

나를 사라지게 만들던 평화가 아닌,
내가 존재한 채로도 유지될 수 있는 평화.

그걸 찾고,
그걸 선택하는 것이...

정말 이기적인 것일까.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나처럼 조용히 사라지고 있지는 않나요.

누군가의 편안함을 위해
당신의 꿈과 감정이 눌려온 시간들.

그 침묵에,
이 글이 작은 숨처럼 닿기를.



안정된 삶이라는 이름 아래
사라져가는 누군가의 마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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