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해하는 작은 기록 | EP.12
기억보다 감각을 택하는 삶
여행지에 가면
나는 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
물론,
카메라를 들 때의 즐거움도 알고
그 장면을 간직할 수 있다는 안도도 이해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순간만이 줄 수 있는 감각을 놓치는 일이
더 아쉽다.
ㅡ
모두가 석양이 아름답다며
사진기를 들이댈 때,
나는
빛이 사라지기 직전의 그 온도를
가만히 바라본다.
숨도 쉬지 못한 채,
눈도 깜박이지 못한 채.
지금 이 순간을
‘기억’이 아니라 ‘감각’으로 붙잡고 싶어서.
ㅡ
나는 그 석양을
사진으로 남기지 않는다.
내 마음을 통과해 지나간 감정,
눈에 잠시 머물렀던 색,
공기의 촉감,
빛의 결,
그리고
그때 나에게만 들리던 조용한 울림.
그 모든 것을
나는 ‘느낀 채로’ 가져간다.
석양은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
사진으로도,
여행으로도,
혹은
기억의 상상으로도.
하지만
그 순간의 감정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ㅡ
나는
순간을
‘기록’하는 사람이 아니라,
순간을 ‘살아내는’ 사람이다.
내 방식은
어쩌면 비효율적일지 모른다.
사진첩엔 남는 게 없고,
누군가와 나눈 인증도 없다.
하지만 내 안에는 있다.
그 순간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바람의 숨결, 빛의 흐름, 새벽의 온도.
ㅡ
나는
기억보다 감각을 택하고,
결과보다 잔향을 믿는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산다.
사진이 아니라,
잔향을 남기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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