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지 않아도 울고 있는 글이 좋다

나를 이해하는 작은 기록 | EP.13

by 마리엘 로즈


똑똑한 글, 섬세한 글 그리고 진짜 깊은 글



나는 처음엔
똑똑해 보이는 글을 쓰고 싶었다.


생각이 단단해 보이고,
문장이 또렷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이 사람, 뭔가 있다”는 인상을 남기는 글.


그땐 문장보다
‘내가 어떻게 보일까’가 더 중요했다.


글을 쓰면서도 마음보다 시선을 더 의식했으니까.


그래서

문장을 다듬고,
어휘를 고르고,
표현을 정제하며,
내 안의 논리를 꺼내어
‘깊이 있어 보이는 문장’을 만들어내려 애썼다.

그게,
진짜 깊은 글인 줄 알았다.



그러다 이번엔
조금 더 섬세해 보이고 싶어졌다.


감정을 결 따라 흘러가게 하고,
표현은 부드럽되 무너지지 않게 만들고,
의미보다 여운이 오래 남도록


그렇게 ‘예쁘고 섬세한 글’을 써보려 했다.

눈에 띄지 않는 말끝 하나까지
계산하고,

매만지고,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아마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었던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먼저 인정받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됐다.


내 마음을 진짜로 흔드는 글은
똑똑한 글도, 섬세한 글도 아니었다.

그건,
깊은 글이었다.


이해보다 울림이 먼저 오는 글.
그게 진짜 ‘깊다’는 뜻이었다.


예쁘게 울고 있는 글이 아니라,
왜 우는지를 길게 설명하는 글이 아니라,
울지 않아도 조용히 울고 있는 글.

겉으로는 담백한데
그 안쪽에서 온도가 아주 천천히 번지는 글.

차분한 어조 속에 미세한 떨림이 있고,
절제된 문장 안에 감정의 숨결이 스며 있는 글.


그런 글은
감정이 앞서지 않는다.


오히려 이성이 감정을 품어 안는 방식으로
따뜻함을 남긴다.

소리 내 울지 않지만,
그 조용함 속에서 마음이 먼저 젖는다.


말의 결이 단단한데도
그 사이사이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인간의 체온이 있다.

그게
진짜 깊은 글이다.



이젠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보이기 위한 똑똑함보다,
보이고 싶었던 섬세함보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울지 않아도 울고 있는 글.


그게
내가 오래 쓰고 싶은 글이고,
오래 기억되고 싶은 나의 문장이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들리는 글.
울지 않아도 세상이 젖어드는 문장.
그걸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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