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에도 윤리가 필요하다

나를 이해하는 작은 기록 | EP.11

by 마리엘 로즈


다정함의 무게에 대하여


나는 꽤 오랫동안 이렇게 믿었다.


“나는 그냥 다정한 사람이다.
내 마음이 진심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 말엔 자부심이 있었다.
나는 상냥했고, 상대의 감정을 잘 읽었고,
따뜻하게 반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누군가 힘들어 보이면 먼저 손을 내밀었고,
외로워 보이면 말없이 곁을 지켰다.


내게 그것은 당연한 배려였고,
사람다움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어느 날,
내 다정함이 누군가에게 상처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제야 처음 깨달았다.


다정함은,
나만 당당하면 되는 일이 아니었다.



다정함은 따뜻함이지만 동시에 열이다.


적당한 거리에서는 위로가 되지만,
조금만 가까워지면 화상이 된다.


내가 건넨 말, 조심스러운 눈빛,
그저 따뜻하다고 여겼던 관심이
누군가에게는 ‘가능성’이 되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감정이 머물 자리를 만들어버렸다.

나는 그저 다정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다정함은,
누군가의 마음에 ‘기대해도 될지도 모른다’는 틈을 남겼다.


이것은 흡사,
총의 위험성을 모르는 아이에게
총을 쥐어주는 것과 비슷한 일이었다.


운이 좋으면 빗겨나가겠지만,
재수 없으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된다.

아무리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그 다정함이 만든 상처는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무의식 중에 방아쇠를 당긴,
미필적 고의의 감정적 사고였다.



이제는 안다.


다정함은 무기가 아니다.
하지만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한 사람만이
안전하게 다정할 수 있다.

다정함은 감정이 아니라 책임이다.
내 말과 표정, 나의 온도가 닿는 거리를
의식하는 감각.

그걸 놓치는 순간,
나는 누군가에게
가장 따뜻한 얼굴을 한 상처가 될 수 있다.



나는 여전히 다정하고 싶다.
다만, 이제는 알고 있다.


다정함이란,

누구보다 신중하게 다가가는 용기라는 것을.

따뜻하되 조심스럽게.
내가 건넨 손이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를 바라며.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에게 묻는다.


“지금의 다정함은 정말 따뜻한가,
아니면 누군가에게는 아직 뜨거운가.”



여전한 나의 기우일수도 있으나...


그래서 나는,
댓글창을 쉽게 열지 못한다.

내 다정함이 또 누군가에게
기대가 되지 않도록,
그 따뜻함이 누군가에겐
오해가 되지 않도록.

따뜻함에 책임을 지는 일은
때로는 조심스러운 선택이 되기도 하니까.






이 글에 댓글창을 여는 건, 어쩌면 아이러니하다.

의도된 역설이지만, 다정함의 윤리를 말하며 ‘관계의 경계’를 이야기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다정함의 윤리는 거리를 두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스스로의 온도를 알고 다시 마음을 내밀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윤리가 완성된다.













목요일 연재
이전 10화나는 왜 이렇게 글을 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