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마음의 결

마음이 흘러간 자리에서, 조용히 남기는 글

마음의 결|EP.08이 편지가 너에게 닿기를

by 마리엘 로즈



처음부터 이 편지를 쓰려고 했던 건 아니야
무슨 말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혹여 평범한 말만 가득 채우게 될까 봐

괜히 몇 번이고 망설였어

하지만 결국,
쓰지 않으면 아무 말도 전해지지 않잖아
그래서 이렇게,
조금은 어설프고
조금은 늦은 마음을 꺼내 보려 해



그런데 막상 한 줄, 두 줄 써 내려가다 보니
생각보다 전하지 못한 말이 많더라
그제야 알았어
내 마음속에도 말이 있었구나, 하고.

말로는 끝까지 전하지 못할 감정들,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질 감정들을
그저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서
나는 조금 서둘러 적기 시작했어

하지만 이 편지는
지금 당장 닿을 필요는 없어
언젠가,
너의 마음이 조용히 열릴 그때...
그제야 닿아도 괜찮아


어느 순간이든,
이 글 속의 나는 그 자리에 있을테니까.



너는 이 글을
시험 전날 우연히 마주할 수도 있고,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어느 조용한 밤에 꺼내 읽게 될지도 몰라

이 편지에는
‘잘 해’라는 말보다

더 조심스러운 마음을 담아 놓았어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너를 향한 응원의 마음과
무엇보다 너라는 존재 자체를 향한
차마 말로 다 전하지 못했던 마음들을
가만히 눌러 담았어

살다 보면
말로는 다 전할 수 없는 마음들이 있다는 걸
점점 더 알게 돼
그래서 지금,
이 말들을 종이에 옮겨 남겨두는거야

혹시 언젠가 내가 이 마음을
잊어버릴 만큼 바빠진다 해도,
너만큼은 이 글을 꺼내
그때의 내 진심을 기억해줬으면 해

그리고 그날의 네가
이 글을 읽고
“나, 혼자가 아니었구나.”
하고 조용히 숨을 고를 수 있다면,

이 편지는 그걸로 충분해
언젠가 너에게 닿기를.
그날 너의 마음에
작은 등불처럼 머물기를,
조용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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