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스민 계절 | EP.12
밤 11시의 초겨울은
유난히 조용하다.
바람도 사람도 마음도
서로의 온도를 헤아리듯,
한 박자씩 느려진다.
그 고요함 속에서
평소에는 잘 들리지 않던 감정들이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스스로도 몰랐던 마음이
차가운 공기를 타고
살며시 돌아오는 것처럼.
ㅡ
초겨울의 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생각들이
갑자기 내 옆에 앉는 시간이다.
후회도 아니고 그리움도 아니고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 하나가
나를 바라보는 듯한 순간.
이 시간의 공기는
정직하다.
숨기려는 마음마저
조용히 밝히는 힘이 있다.
ㅡ
밤 11시,
초겨울의 문턱에서
나는 늘 더 솔직해진다.
차가워진 공기 때문이 아니라
그 차가움이
내 마음의 깊은 곳을
깨끗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밤 11시의 초겨울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던 마음이
문득,
조용히 고백되는 시간이다.
그 마음이 누구를 향하든
무엇을 말하든
이 계절의 공기는
그저 조용히 부드럽게 받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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