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일은 잃는 게 아니라 채워지는 일이야

삶이 나에게 말을 걸다 | EP.03 사랑이 말했다

by 마리엘 로즈


사랑은...
삶이 가장 조심스럽게 보내온 메시지였다.



상처처럼 아프지도 않았고
기다림처럼 길지도 않았지만
늘 나를 가장 많이 흔들어놓는 방식으로 다가왔다.


나는 오래도록 사랑을
가진 것과 잃는 것으로만 이해했다.


얼마나 받았는지,
얼마나 돌려받았는지,
그 균형이 맞지 않으면
마음이 먼저 지쳐버리곤 했다.


그래서 주는 일 앞에서는
항상 계산이 앞섰다.


혹시 내가 더 아프게 되지는 않을지,
혹시 또다시 비어버리지는 않을지
미리 겁을 먹었다.



그때 사랑이
삶의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주는 일은

잃는 게 아니라 채워지는 일이야.”


처음엔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주는 건 줄어드는 일 같았고,
내 마음을 내어줄수록
나만 더 가벼워지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는 아주 작은 장면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기대 없이 건넨 말 한마디,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았던 관심,
상대의 하루를 조용히 받아주던 순간들.


그때마다 이상하게도
내 마음 한쪽이 따뜻해졌다는 걸,
나는 뒤늦게 알았다.



사랑은 다시 말했다.


“너는 주는 동안

비어가는 게 아니라
너 자신을 더 깊이 만나고 있었어.
상대를 향해 내민 손길은
사실 네 마음의 크기를
조금씩 넓히고 있었지.”


그제야 나는 알았다.


사랑은 상대를 붙잡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었다는 걸.


주는 일이 늘 쉬운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오해를 낳았고
때로는 돌아오지 않는 마음 앞에서
혼자 아파해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안다.


사랑은 내 마음을 소모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깊이와 온도를 하나씩 알려주었다.



사랑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너는 잃지 않았어.
너는 이미 네가 될 수 있는 만큼의 너로
조금 더 자라 있었을 뿐이야.”


그날 이후로
나는 사랑 앞에서
조금 덜 움츠러든다.


모두를 품으려 애쓰지는 않지만,
내가 줄 수 있는 만큼은
정직하게 내어놓으려 한다.


사랑은
내게서 무언가를 가져간 적이 없었다.


삶이 나를 채우기 위해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내게 말을 걸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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