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나를 붙잡는 방식

by 마리엘 로즈


겨울에는 유난히 게을러지기 쉽다.
몸이 움츠러들면 마음도 함께 웅크린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겨울이 시작되는 초입부터 운동을 한다.


습관 아닌 습관.


돌이켜보면 내게 익숙해진 거의 모든 운동이

겨울에 시작되었다.


추위를 뚫고 밖으로 나가는 그 행위 자체가
이미 나와의 싸움에서

한 번 승리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일까.


겨울에 이긴 하루는 유난히 오래 남는다.


그중에서도
문제를 풀면서도 뇌를 단순하게 만들고
생각 대신 감각만을 남기는 운동.


내게 가장 잘 맞고,

가장 좋아하고,

가장 큰 효과를 주는 운동.


클라이밍.


뜻하지 않게 잡힌

크리스마스의 클라이밍 약속.


사람들이 특별한 이벤트를 계획하며 들떠 있을 그날,
나는 그저 조용히 벽 앞에 선다.



흔들다리 위에서 낯선 남녀가

사랑에 빠지기 쉽다는 유명한 심리 실험이 있다.


두려움과 설렘의 생리적 반응이 너무도 닮아 있어
자신의 심장이 뛰는 이유를
잘못 해석한다고 한다.


어쩌면 나는,
그 설렘같은 심장박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암벽 앞에 서는지도 모르겠다.


손끝과 발끝에 모든 무게를 걸고 오르는 순간,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은 채
오롯이 나에게 매달린 감각에 집중한다.


그 감각이,
그 두려움이,
나를 다시 살아 있게 만든다.


일반적인 운동과 다르게
클라이밍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의 눈은
유난히 또렷하고 생기가 있다.


땀보다 더 선명하게 남는 것은
“오늘도 나는 나를 붙잡았다”는 조용한 확신.



크리스마스에 즐기는 오늘 하루는
오직 나에게 건네는 선물이다.


누구도 모르는 곳에서 마음이 열리듯,
벽 위에서는
나만 알고 나만 확인한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오늘,
나는 나를 그렇게 한 번 더 일으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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