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는 커피가 천천히 식는다

커피는 늘 두 번째가 더 맛있다 | EP.16

by 마리엘 로즈


연말의 일요일이다.


밖은 조용하고 집 안도 별일 없다.


커피를 내려놓고 창가에 앉았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커피가 잘 식지 않는다.


아니...
식고는 있는데
내가 그 속도를 재촉하지 않는 쪽에 가깝다.



연말이 되면
무엇을 마무리해야 할지,
어디쯤 와 있는지,
괜히 셈을 하게 되는데
오늘은 그 계산이 잠시 멈췄다.


커피는 여전히 따뜻하고
생각은 느리게 흘러간다.


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상태.


지금 이 온도가
딱 괜찮다.



연말의 여유는
많이 비워서 생기는 게 아니라
서두르지 않아서 생긴다는 걸
이런 날에야 알게 된다.


식어가는 커피를 보며
마음을 조금 내려놓는다.


뜨겁지 않아도 괜찮고
완벽히 정리되지 않아도 괜찮다.



연말엔
커피가 천천히 식는다.


그리고 그 속도에 맞춰
마음도 조금씩 가라앉는다.


오늘은
그렇게 충분한 일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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