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늘 두 번째가 더 맛있다 | EP.14
우리 집엔 크리스마스 트리가 없다.
반짝이는 장식도 커다란 별도 없다.
대신 밤이 되면
여기저기 아주 작은 불빛들이 켜진다.
부엌 위에 남겨둔 스탠드,
충전 중인 휴대폰의 미약한 불,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이웃집 창의 불빛.
어느 것도 크리스마스를 위해 준비한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이 계절엔
그 불빛들이 조금 더 따뜻해 보인다.
트리가 없다고 해서
집이 덜 연말 같아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과하지 않아서
지금의 내 마음과 잘 어울린다.
괜히 설레지 않아도 되고
괜히 들뜨지 않아도 되는 상태.
ㅡ
크리스마스는 꼭
큰 장식이 있어야만 오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하고
불을 하나씩 끄기 전에
잠시 머무는 이 온기 같은 것.
나는 오늘도
트리 대신 작은 불빛 아래에서
차 한 잔을 마신다.
누군가와 약속이 없어도
선물을 기다리지 않아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얼굴로.
크리스마스 트리 없는 집에도
연말은 이렇게 온다.
요란하지 않게,
부족하지도 않게,
지금의 나에게 맞는 밝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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