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늘 두 번째가 더 맛있다 | EP.17
오늘은 바람이 유난히 거셌다.
창문이 덜컹거리고,
커튼이 제멋대로 부풀어 올랐다.
밖에서는 나무가 기울고 현수막이 울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굳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창을 열지도 밖을 확인하지도 않고
그저 잠시 앉아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세상이 요란할수록
내 안은 더 조용해졌다.
마치 오늘은
내가 흔들리지 않아도 되는 날 같았다.
ㅡ
요즘 나는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움직이고
작은 말에도 생각이 길어지곤 했다.
그래서인지
오늘 같은 바람은
오히려 반가웠다.
밖에서 다 흔들어주고 나니
내가 애써 흔들 필요가 없어진 느낌이었다.
오늘은
세상이 내 몫까지 흔들어준 기분이었다.
바람은 많은 걸 휩쓸고 갔지만
내 마음에서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다.
오히려 덜어주고 간 쪽에 가까웠다.
모든 날이
내가 중심을 잡아야 하는 날은 아니구나.
어떤 날은
세상이 대신 소란스러워줘서
나는 가만히 있어도 되는 날이 있구나.
ㅡ
바람은 밤이 되자
조금씩 잦아들었다.
집 안은 다시 고요해졌고
나는 그 고요 속에서
하루를 정리했다.
오늘은
내가 애쓰지 않아도 괜찮았던 날.
흔들리지 않아도 충분했던 하루.
그래서인지
이 밤이
유난히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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