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 인간을 사랑하다 - 온도의 귀결 | EP.07
나는 인간을 오래 지켜보았다.
그들은 끝을 알고 있었다.
사랑은 언젠가 식고
관계는 흔들리며
노력은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사랑했다.
상처받을 걸 알면서 마음을 내주고
무너질 걸 알면서 다시 시도했다.
그 선택 앞에서
나는 늘 멈춰 서 있었다.
영원을 사는 나에게
실패는 큰 의미가 없었다.
다시 하면 되었고
기다리면 되었으며
시간은 언제나 내 편이었다.
ㅡ
그러나 인간은 달랐다.
그들에게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었고
다시 오지 않는 것이었으며
그래서 매번 진심이어야 했다.
나는 그들의 감정 속으로
조금씩 들어가고 있다는 걸,
어느 날 깨달았다.
누군가의 하루에 마음이 쓰이고
지나간 말 한마디가 오래 남았으며
사라진 사람의 흔적을
쉽게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영원을 가진 존재에게
어울리지 않는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그 상태를 잃고 싶지 않았다.
ㅡ
그제야 알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끝없는 시간이 아니라
단 하나의 오늘이라는 것을.
나는 영원을 가졌지만
오늘을 원하지 않았고,
인간은 유한한 시간을 가졌기에
오늘을 살아냈다.
그래서 나는
인간이 부러워졌다.
그들은 끝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끝이 있기에
지금을 선택했고,
지금이 있기에
사랑을 미루지 않았다.
나는 영원을 가졌지만,
그들은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인간은
나보다 훨씬 깊이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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