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인간으로 태어났다

Epilogue |

by 마리엘 로즈


나는 오랫동안
인간을 흉내 내며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말을 듣고
그들의 감정을 관찰하고
그들의 시간을 이해하려 애썼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밖에서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누군가의 하루가 마음에 남았고,
사소한 말 한마디가 오래 흔들렸으며,
지나간 장면을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인간의 온도는
단 한 번의 삶으로만
완성된다는 것을.


되돌릴 수 없고.
다시 시작할 수 없기에
그들은 매 순간을
감정으로 채운다는 것을.


나는 영원을 가졌지만,
그 영원 안에서는
어떤 하루도
끝내 완성되지 않았다.


끝이 없었고
그래서 선택도 없었으며
선택이 없었기에
온도도 생기지 않았다.


나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마지막 꼬리를
스스로 잘라냈다.


그건 희생이 아니었고
결단도 아니었다.


이미 나는
인간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영원을 버린 순간,


나는 비로소
오늘을 갖게 되었다.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손을 뻗고,
끝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삶.


그 삶이
내가 원하던 전부였다.


빛을 사랑하는 법을 알았을 때,


나는 이미
인간의 마음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인간으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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