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인간을 이해하다 - 감정의 결 | EP.06
인간을 사랑해버린 영혼의 기록
구미호의 시선
나는 오래도록
인간의 죽음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떠났고...
남은 이들은 울었다.
나는 그 장면이 끝나면
모든 것이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의 세계에서는
죽음이 끝이 아니었다.
떠난 사람의 말투가
남은 이의 입에 남아 있었고,
그 사람이 좋아하던 노래가
어느 날 문득 흘러나왔다.
손짓 하나,
습관처럼 남은 인사,
아무 의미 없이 꺼낸 문장 속에서
죽은 자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ㅡ
나는 그제야 알게 되었다.
인간에게서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만,
이름을 바꿀 뿐이었다.
추억이 되고,
버릇이 되고,
이유 없는 눈물이 되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살아갈 힘이 되기도 했다.
‘사라진다’는 건
완전히 없어지는 일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옮겨가는 일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영원을 사는 나에게
기억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기억을 특별하게 다룰 줄 몰랐다.
잊히지 않기에
붙잡을 필요도 없었고,
사라지지 않기에 되새길 이유도 없었다.
ㅡ
그러나 인간은 달랐다.
그들은
사라질 것을 알기에 기억했고,
잃을 것을 알기에 더 깊이 마음에 새겼다.
유한함은
그들을 약하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기억을 살아 있게 만들었다.
나는 인간을 오래 관찰하며
영원의 무의미함을 처음으로 느꼈다.
끝이 없다는 것은
깊이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모든 것이 남아 있는 세계에서는
아무것도 특별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의 세계에서는
하루가 남았고,
한 사람이 남았고,
그 남은 것들이 삶의 중심이 되었다.
ㅡ
그제야 나는 이해했다.
인간의 유한함이
그들의 감정을 깊게 만들고
기억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다른 이름으로 남을 뿐이다.
그 이름들은
사랑이 되기도 하고
슬픔이 되기도 하며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나는 그 사실 앞에서
처음으로
영원이 아니라
유한을 부러워했다.
그리고 그날,
인간의 삶이
왜 그렇게 단단하고 깊은지
조용히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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