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통성 많은 사람도 알고 보면 힘들어요

EP.04 눈치를 보는 만큼, 내 마음은 무너지는 걸까

by 마리엘 로즈


이 에피소드는 감정의 흐름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 과장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눈치만 보던 호구, 융통성의 제왕이 되다



팔색조 A

저는요, 꼭 지켜야 할 규칙이 있어도

상대의 상황이 곤란해 보이면 그냥 넘기게 돼요

“오늘은 피곤했겠지.”

“그럴 수도 있지, 뭐.”

“내가 조금 손해 보면 어때.”

그렇게 넘어간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근데 이상하게,

그럴수록 제가 더 피곤해지더라고요



상담자

당신은 규칙보다 사람 마음을 먼저 본 거예요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게 반복되면

‘나만 계속 참고 있다’는 감정이 쌓일 수 있어요



팔색조 A

예전엔 그런 적도 있었어요

회식 약속이 있었는데

7시에 시작인데도 누군가는 항상 20~30분씩 늦어요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는 건 다반사고,

다들 모여서 웃고 떠드는데

이젠 제가 음식 주문하는 건 으례 그려러니 해요


근데 집에 오는 길엔 꼭

'나만 너무 신경 썼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날이 반복되면

제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

‘계속 참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상담자

그건 ‘배려’가 아니라

‘관계 유지 비용’을 혼자 다 감당하고 있는 상태예요

그 사람을 편하게 해줬지만,

정작 나는 점점 지쳐가죠



팔색조 A

그럼...제가 너무 착한 건가요?


상담자

착하다기보단,

사람이 불편해지는 상황을 피하려고

내 기준을 계속 양보해온 거죠


말하자면,

규칙을 무시한 게 아니라

사람 때문에 나를 계속 눌러온 거예요



팔색조 A

사실 전, 어릴 때도 자주 들었어요

“그냥 네가 한 번 참아.”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


그래서 분위기 깨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배웠고,

갈등 생기기 전에

제가 먼저 져주는 게 편하다고 생각했어요



상담자

그렇게 자라면

‘규칙은 지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분위기를 망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게 돼요


그래서 갈등이 생길까 봐

자꾸 내 선을 지우고,

그게 융통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거죠



팔색조 A

그래서 가끔은요,

나만 계속 참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말은 안 해도 속으로 사람들한테

“왜 나만 이래야 해?”

이런 서운함도 생기고 어쩔땐 화도 나요



상담자

그건 너무 자연스러운 감정이에요

당신은 지금까지

규칙은 깼지만, 마음은 계속 지켜왔던 거예요

그래서 더 힘든 거죠


이제는

‘지켜야 할 마음’‘지켜야 할 나’

같이 놓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해요



팔색조 A

사람들은 저한테 늘 그래요

“넌 참 착하다.”,"넌 참 대단해."


근데 가끔은 그 말이

“넌 참 잘 참는다”는 뜻처럼 들려요


그게 칭찬이 아니라,

조용히 견디라는 말처럼 들릴 때면

마음이 서늘해져요



상담자

이제는 괜찮아요

애써 자신의 선한 본성을 포기하지 않아도 돼요

다만, 자기 마음도 함께 챙기는 착함이어야죠



팔색조 A

정말 그래도 될까요?


예전에는

늘 남의 기분부터 챙겼어요

“이 말 하면 상처받을까?”

“거절하면 나쁜 사람일까?”

그러다 보면

정작 내 마음은 늘 가장 나중이 되어버렸거든요



상담사

가능해요

단, 이제는 순서를 바꿔야 해요


이제는 거꾸로 해보는 거예요

먼저 내 마음을 들여다본 다음에,

상대의 마음을 챙기는 거예요


내가 지금 괜찮은지,

내가 이 말을 할 수 있는 상태인지,

내가 정말 이걸 원하는지.


그걸 먼저 확인한 뒤에 베푸는 친절은

절대 상처가 되지 않아요

왜냐하면

내가 나를 지킨 상태에서 나온 착함이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말해도 괜찮아요


“도와주고 싶긴 한데,

지금은 나도 조금 지쳐서,

오늘은 나부터 챙기고 싶어.”


그건 이기적인 말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의 언어예요


당신은 착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이제는,

자기 자신에게도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할 때예요





맺음말


나는 사람 때문에 규칙을 넘겼다.

그리고 그게 좋은 사람의 방식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 자주 넘어가면,

나중엔 내가 지킬 선이 사라진다.


이제는 안다.

‘상대에게 괜찮은 사람’보다

‘나에게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게 먼저라는 걸.


[미안해 호구 끝]





눈치로 관계를 배운 사람은 과연 평소에 어떤 모습이었을까
->EP. 03 미안병 호구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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