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괜찮은 사람

[Hogu Series]EP. 05 강해 보여서 괜찮을 줄 알았니

by 마리엘 로즈


세상에 강하기만 한 존재는 없다



침묵의 실력자 M

저는 힘들어도

그걸 잘 드러내지 못해요

‘지금 좀 버겁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 말이 목까지 올라와도

입 밖으로 잘 안 나와요


어쩌면...

힘든 척 한다는 말이 듣기 싫어서였는지도 몰라요



상담자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나요?



침묵의 실력자 A

언젠가부터

힘들다는 말을 꺼내는 게

왠지 소용없게 느껴졌어요


"그런 건 다들 겪는 거야."

"너만 힘든 줄 아니?"

그런 말을 들은 뒤부터,

힘듦은 혼자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되었던 거 같아요



상담자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당신은 선택했겠군요


“차라리 말하지 말자.”

“버티는 게 더 나아.” 라고.



침묵의 실력자 M

맞아요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힘들다고 말하는 것보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의 반응을 보는 게

더 무서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저를 차갑게 보더라고요

감정도 없고, 무던하고,

늘 괜찮은 사람처럼.


하지만 정작 마음 안에서는

계속 말하고 있었나봐요


“사실 나도 좀 힘들어.”

“누구한테 말하고 싶다.”

그렇게요



상담자

차가운 모습은 연기가 아니라,

당신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식이었어요



침묵의 실력자 M

보호요?

몰랐어요


가끔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런데 막상 기대도 되는 상황이 와도

몸이 먼저 긴장해요

“기댔다가 실망하면 어떡하지?”

“약하게 보이면 우습게 볼지도 몰라.”

그런 생각이 먼저 떠올라서 망설이게 돼요



상담자

그건 기대를 배워본 적 없는 사람의 반응이에요

늘 혼자서 감정을 감당해온 사람일수록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보이는 게

더 낯설고 두려운 일이거든요



침묵의 실력자 M

그럼...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담자

그럼 나처럼,

작은 말부터 시작해볼래요?


“요즘 좀 버겁다.”

나를 그렇게 생각해서 마음이 좀 안좋았어.”

그리고 아주 가끔은,

“나도 요즘 좀 힘들어.”


처음엔 어색하겠지만,

그렇게 말하다 보면 알게 될 거예요


생각보다 사람들은

당신이 괜찮지 않다는 걸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요


그리고 혹시 기대한 만큼 돌아오지 않더라도,

“아, 이 사람은 원래 그렇게 반응하는 사람이구나.”

그 정도로만 받아들이면 괜찮아요


그건 그 사람의 감정 역량의 한계일 뿐,

당신이 뭔가 잘못했기 때문은 아니니까요


그 한 번의 실망 때문에
당신 전체를 감출 필요는 없어요.


상담자
그리고 하나 꼭 기억해요
사람들은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당신이 힘든지 버거운지
표현하지 않으면

계속 '괜찮은 사람’, ‘차분한 사람’으로만 기억돼요

그건 그들이 무심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그렇게 보이도록 했기 때문이에요

내 마음을 보여주는 건,
결국 내가 원하는 관계로
상대를 이끄는 일이기도 해요



침묵의 실력자 M
그래서 그때,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나봐요
“너는 워낙 강해 보여서, 괜찮을 줄 알았지…”

그 말이... 묘하게 서운했어요
정말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보였던 걸까
힘들다고 말하지 않으면
진짜 아무 일도 없는 줄 알았던 걸까 싶더라고요

상담자
그 말은,
당신이 얼마나 잘 버텨왔는지를

보여주는 말이기도 해요

하지만 동시에,

당신의 마음을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죠

강해 보인다는 건,
그만큼 말하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어요


침묵의 실력자 M
그래서일까요

사실은,
저도 누군가가 힘들다고 말할 때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괜히 위로하려다
상대가 더 불편해지진 않을까,
혹시 내 말이 상처가 되진 않을까,

너무 어색하고 어떻게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수 없이 그냥 듣기만 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그 사람이
“넌 너무 차가워.”
라고 말하더라고요


상담자
그건 차가운 게 아니라,
위로를 배워본 적 없는 사람의 흔한 반응이에요

어떤 말이 괜찮은 위로인지,
어떨 땐 침묵이 더 나은 건지
헷갈리니까, 그냥 조용히 듣게 되는 거죠

하지만 기억해요
당신처럼 조심스러운 사람일수록,
사실은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요




맺음말


나는 힘든 걸 감추며 버텼다.
그게 성숙한 줄 알았고,
멋진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젠 안다.
내색하지 않았던 이유는,
감추고 싶어서가 아니라
말해도 괜찮은 줄 몰랐기 때문이라는 걸.

그리고 지금,
내가 조금씩 말하려는 것도
약한 게 아니라
오히려 내 마음을 지키는 방식이라는 걸.



[며느리 호구 끝]




혹시 당신도
‘괜찮은 척’으로 버티는 삶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미뤄두고 살아가고 있나요?

그러면 이 이야기도 한 번, 같이 읽어보세요.
[ Hogu Series ] EP. 03 며느리 호구 졸업장 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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