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은 영웅이 아닙니다

by 여름


모두가 그녀를 영웅이라 불렀다. 범인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영상이 뉴스에 나간 후였다. 영상 속 여자는 젊었다. 젊다 못해 새파랗게 어렸다. 괴한들이 버스에 탑승한 초등학생 아이들과 노인, 그리고 여자를 향해 한 명이 대표로 나와 제물이 되라며 윽박질렀다. 그들은 원하는 것이 없었다. 애초에 사이비 중에서도 사이비라 불리는 집단이었고, 그 집단 안에서도 급진적으로 활동하여 모두의 기피 대상인 이들이었다. 여자 또래의 버스 기사는 이미 괴한이 들이닥침과 동시에 총을 맞은 채 숨져 있었다.

아이들은 시끄럽게 울어댔고 괴한들은 공중에 총알을 날리며 괴성을 질렀다. 눈치를 보던 노인이 엉덩이를 슬쩍 들자 바로 뒷자리에 앉아 있던 여자가 노인의 어깨를 눌러 앉히고 비척비척 앞으로 걸어 나갔다. 두려움에 가득 찬 울음소리가 그녀의 입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괴한의 손에 목이 잡힌 채, 관자놀이에 총구가 겨눠진 채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엄마아아... 아빠아아아...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에서는 전 세계의 국민이 함께 울었다.

그녀의 장례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모두가 그녀를 위해 울고, 꽃을 바치고, 마음 속 깊이 추모했다. 영상의 조회수는 급격하게 올라갔다. 젊은 영웅의 용감한 죽음을 애도하며, 우리는 이 젊은이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녀의 용기를 본받길, 각국의 지도자들이 그녀를 향한 추모사를 남겼다. 환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이 각종 뉴스와 신문에 도배되었다. 그녀는 무정한 이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밝은 미소의 아름다운 히어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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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영웅이라 칭하지 마시오. 영광 있어야 영웅인 것이오. 내 딸내미 마음이야 모르겠지만 내 마음에는, 내 아내 마음에는. 영광 없소. 다들 봤을 것 아니오. 내 딸이 엄마 아빠 미안해요 하고... 그랬던 것을, 내 딸 죽기 싫어 엉엉 울던 것 다 봤을 거요. 그런데도 내 딸이 영웅이란 말이요. 내 딸은 영웅이 아닙니다.



인터뷰를 마친 중년 남성은 넋이 나간 부인을 챙겼다. 버스 기사의 유족과 함께였다.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서로의 등에 기대어 있었다. 계속해서 들이미는 녹음기와 카메라에 버스 기사의 누나가 주먹을 휘두르려다 힘이 빠져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가자, 드가자, 인납시다, 드갑시다. 저 치들 얼굴 보기도. 유족들은 서로를 챙기며 방 한 칸으로 함께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들어가려던 중년 남성이 다시 한 번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했다.


이미 죽고 없는 우리 딸이 왜 영웅이요. 내 딸 없으면 우리도 영광 없소. 다시는 내 딸을 영웅이라 부르지 마시오.



기자들도 더 이상 그들을 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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