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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이 죽음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돈 많은 사람이 아니라욕심 없는 사람입니다.

by 삼선 윤일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누구인가? 무욕(無欲)과 허심(虛心)으로 가득한 자다.

욕심이 없어 권력이나 재물로 유혹할 수도 없고, 이미 허심의 경지에 이르러 미인으로도 유혹할 수도 없으니, 그런 인간은 나라를 위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다. 언빌리버블! 생식이 끝난 동물은 자연이 잔인하게 죽여 먹이 사슬을 보호하려는 것처럼 인간도 이와 같은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주나라 강태공(姜太公)이 제나라에 봉(封)해졌을 때 동쪽 바닷가에는 광휼(狂憰)과 화사(華士)라는 이름난 두 현인이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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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자의 신하도 아니고 제후를 벗하지도 않으며 밭을 갈아 음식을 먹고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며 다른 사람에게 바라는 것이 없다. 위로부터 받은 명예도 없고 군주의 봉록도 없으며 벼슬 할 뜻도 없고 우리의 힘만으로 살아간다.”

이 말을 들은 강태공은 득달같이 달려가 현인을 잡아 죽이면서, “한 나라 군주로서 백성을 부릴 수 있는 수단이 작위와 봉록, 상과 벌인데 이들은 이것으로 통제할 수 없을뿐더러 전쟁에 나가 싸우지 않았는데 빛이 나고, 직접 밭을 갈지 않았는데 명성을 얻었으니, 어느 누가 군주가 되기를 바라는가?” 하였다.

“백성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어찌 죽임으로서 두려움을 갖게 할 수 있겠는가?(民不畏死, 奈何以死懼之)” (노자 제74장)

이 지경이 된 나라는 오직 하나, 전쟁할 때만 가능하다. 만약 평시에도 이런 상황이 된다면 ‘조민벌죄(弔民伐罪)’, 군주가 혼망(昏忘)하여 백성들이 날마다 조문케 하는 상황을 만든 군주의 죄를 벌하는 역성혁명 때이다.


<노자>는 분노한다. 만약에 백성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평시가 도래하였는데도 불구하고 기괴한 짓을 하여 백성을 죽인다면 “내 그놈을 잡아 죽이겠다(吾得執而殺之)”라고 선언한다.

어떻게 그놈을 잡아 죽일 것인가?

사사로이 사람의 목숨을 죽여서는 안 된다. 반드시 죽임을 관장하는 관청에서 죽여야 하며, 이도 대목수가 나무를 깎듯 조심조심 죽여야 한다고 애써 말한다.

아무리 대목수가 나무를 깎아도 손에 상처를 입는 법, 정당한 수단과 방법으로 집행을 해도 이처럼 두렵고 두려운 일이 사람 죽이는 일이다.

인류가 문명의 길로 접어들면서 변치 않은 소망 중 하나가 천수(天壽)를 누리는 삶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불과 얼마전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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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제자인 증자(曾子)가 죽을 때 제자를 불러 “내 발을 보고 내 손을 보아라” 나는 정말 천행으로 손과 발이 잘리지 않는 형벌을 면했고, 손과 발이 잘리지 않는 천수를 누렸다. 나는 이렇게 살기 위해서 “깊은 못에 임한 듯이 얇은 얼음을 밟듯이” 조심하고 또 조심 전전긍긍하기를 평생 하였다.

생사여탈(生死與奪)은 오직 자연만이 갖는 것이 온당하다. 나머지는 모두 억지이며 아무리 천하의 대장장이라 하여도 실수를 하고, 아무리 천하의 대목수라 하여도 자신의 손을 베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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