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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기적을 이룬 나라

세금에 덧 붙여진 이야기는 늘 부정적이지만 그렇지 않는 나라가 있었다.

by 삼선 윤일원

세금으로 기적을 이룬 나라

2024.4.25.

중국 <예기>에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가 있다. 공자가 천하를 유세하던 중 산중에서 구슬피 우는 아낙네를 만난다.

왜, 우는지 연유를 묻자, “시아버지도 호랑이한테 물려 죽었고, 남편도 호랑이한테 물려 죽었는데, 아들마저 물려 죽어 운다.”라고 한다.

공자가 묻는다. “어째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가지 않는가?” 하니 “여기는 가혹한 정치가 없습니다.”라고 답한다. 오호라, 인간 늑대, 인간 호랑이가 득실대는 세상,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백성이 굶주리는 것은 위에서 걷는 세금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民之飢, 以其上食稅之多)” (노자, 제75장)

세금은 부의 분배다. 가난한 사람을 직접 도울 수 있고, 나라를 지키고, 다리를 건설하여 간접적으로 도울 수 있다.



이 교과서 같은 이야기로 우리가 어떻게 지금과 같은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까? 없다. 한강의 기적에는 세금의 교묘함이 숨어있다.

1945년, 해방된 신생 독립국 나라에 재정은 없었다. 국가 전체 예산의 50% 이상을 원조로 충당하고 그중에서 25%를 교육으로 떼고 나니, 공무원 월급 줄 돈도 없었다. “알아서 하라.” 이것이 시대정신이 되었다. 곧이어 발생한 6‧25전쟁과 민주주의의 환상, 혼란과 무질서로 경제는 질식 되기에 이른다.

1961년, 한 사내가 등장한다. 자본이 필요했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자본이 있어야 했다. 공장을 지은 다음 원자재를 사고 제품을 만들어 팔아야 돈이 들어오니 공장 지을 돈이 먼저 필요했다.

초등학생이 저축한 코 묻은 돈, 한일 협정으로 받은 친일 돈, 월남 참전으로 반은 반미 돈, 독일 광부와 간호사가 보내온 돈, 돈을 몽땅 가져와 장기 싼 이자로 기업에 몰아 준다. 미제 돈이든 일제 돈이든 코 묻은 돈이든 돈은 돈이다.

서민들 대출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렇게 살아남은 기업이 재벌기업 삼성과 현대, 대한항공 등등이다.

딱 여기까지만 이해하고 “재벌타파” 이념에 빠졌다면 우리는 세금 이야기를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국가는 기업에 명령했다. “수출하라.” 단 한마디! 기술을 훔쳐 오든 베껴오든 돈주고 사 오든 만들어라. 시장은 내가 열어준다. 그렇게 일본한테 기술을 훔쳐 오고 베껴오고 돈 주고 사 와 싸구려 제품을 만들어 원조국인 미국에 팔기 시작했다.



“야, 이 새끼 내려” FBI가 차량 절도범에 총을 겨누자 “이 멍청한 짭새야, 내가 현대차를 왜 훔쳐?”에서부터 “바퀴 달린 냉장고”라는 비아냥에 “내리막길에서만 달리는 1인용 썰매” 등등 그런 혹평에도 포니는 기죽지 않고 또 만들고 팔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기저기서 공장이 돌아가자 국내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면서 “우리에게도 TV, 냉장고, 자동차를 달라. 왜 수출만 하냐?" “OK, 내수 허락한다." 단 특별소비세 왕창내라.

가난한 나라에서 파는 내수시장 가격이 부자나라에 수출하는 가격보다 더 비싸다. 언빌리버블! “우리가 호구냐? 왜 가난한 사람의 노동을 쥐어짜면서 부자나라만 배 불리게 하냐? 착취만 하는 미국에 꿀리는 게 뭐 있냐? 그 대가로 독재하는 거 아니야!” 봇물 터지는 민주화 요구, 맞다.

하지만, 당신이 여기까지만 이해하고 ‘반자본주의’, ‘반미주의’에 뛰어들었다면 우리의 세금 이야기는 아직 반도 덜 했다.

두꺼운 중산층이 없는 나라, 어차피 가난한 사람은 TV, 냉장고, 자동차 못 산다. 돈 많은 놈들 사라. 그 대신 세금 왕창 내라. 그 세금으로 가난한 사람들 돕겠다. 그리고 마지막 한 칼 이제 축적된 자본으로 중공업, 방산업, 반도체 첨단 공장을 짓는다.

또 기업들 돈 번 만큼 세금 내라. 그리고 고용 창출하라. 삼성전자가 한해 내는 법인세만으로도 65세 이상 노령 복지 예산 다 충당하고도 남는다. 이 법인세가 없다면 우리는 또 내 호주머니에서 돈을 내야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기업을 통한 부의 이전, 한강의 기적 전모다. 이제 기업을 통한 부의 이전 시대는 끝났다. 반기업 정서가 사회주의 국가보다 더 높은 나라, 세금은 오로지 내 호주머니에서 고스란히 내는 수밖에 없다.


“백성을 다스리기 어려운 까닭은 위에서 너무 잔꾀를 부리기 때문이다(民之難治, 以其上之有爲)” (노자, 제75장)

기업이 있었던 그 자리에 ‘국가’가 대신한다. 국가를 떡 주무르듯이 하는 위정자님들, 오늘 또 자기 돈이 아닌 ‘세금'으로 퍼주기 혈안이다. 어떻게? 태어나지도 않은 내 손주의 돈으로. 내 그들의 의도를 진즉 알아 비뚤어진 부자, 음흉한 위정자들이 ‘사회주의’를 꿈꾸는 줄 알았지만, 여기에 손뼉 치는 사람은 또 누구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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