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을 들었다 놨다 _ 카페 '우인'
저 멀리 장안문이 보이는 이곳
카페 우인(oohin)
나 홀로 행궁동 골목을 걷다가 발견한 웅장한 카페.
며칠 전까지만 해도 완공되지 않았던 건물이지만, 어느새 아름다운 하나의 카페 건물로 등장해 있다.
카페 + 펍(pub)?
이 조합은 어떤 기분일까? 카페인과 알콜의 아름다운 향연일까?
내가 마신 아메리카노 한잔. 부드러운 맛이 너무나 조화로운 '브라질'산 원두이다. 라떼와 비슷한 담백함이 내 입맛을 촉촉하게 만들어주며, 아늑한 커피 볶은 냄새가 내 코를 적셔온다.
커피가 기본적으로 가진 '고소함'과 '담백함'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과 아련하게 잘 느껴지는 이 새로움. 어떤 커피를 먹든, 어떤 와인을 마시든, 공간의 아름다움이라는 요소는 참 중요한 것 같다.
13도의 선선한 봄 날씨.
이곳 행궁동 골목 거리를 조금만 둘러보면 카페 대부분의 루프탑에 사람들이 왁자지껄한 것을 엿볼 수 있다. 코로나라는 지긋지긋한 친구가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는 듯 하지만,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그저 그런 하루를 시작하며, 코로나와 동행하는 그들만의 삶을 살아간다.
거친 화이트 톤의 내부 인테리어.
노출 콘크리트라는 하나의 인테리어 공법이 너무나 익숙한 나이지만, 이 넓은 공간을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어 준 것이 이곳의 '오브제'들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수많은 와인들의 브랜드를 자세히 살펴보니 올드바인 진판델릭, 앱솔루트, 투썩 점퍼와 같은 종류가 있었다. 오래된 빈티지 와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세월의 흐름이 하나의 빈 병들로 느껴지는 이 '느낌'이랄까? 나에게는 따뜻한 추억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와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일련의 작고 복잡한 변화를 일으키는데, 거칠고 쓴맛이 부드러워지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거친 속성이 부드러워지는 이 변화. 톡 쏘던 맛도 어느새 부드러운 감촉으로 내 입속을 적셔주는 경험. 와인 한잔에도 '시간'과 '변화'라는 속성이 따뜻함으로 나타난다.
카페 곳곳에는 거친 벽돌들이 많다. 색깔도 연한 회색부터, 짙은 회색까지 어두운 무채색 계열의 돌들이 대부분이다. 저기 우슬초? 와 비슷한 이파리. 자연 그대로의 파릇파릇한 느낌보다는 원색이 빠져 있기 때문일까? 차갑고 냉랭한 기운이 이곳 카페 중앙을 감싼다. 부드러운 새하얀 모래들이 주위를 감싸고 있는 하나의 '샌드아트'이지만, 시멘트 벽돌의 육중한 무게감은 터치하는 사람의 작은 감각도 잠재우는 듯한 이곳의 차가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