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동의 아름다운 궁전
행궁동 골목을 따라 쭉 걷다보면 '남수동'이라는 예쁜 골목거리가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듯이, 폭이 좁아 소수만 통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연인끼리 따뜻한 손을 잡고 길을 걸어가면서 고즈넉한 옛 추억으로 잠시나마 돌아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알록달록한 다채로운 색깜, 불규칙하게 향하고 있는 전깃줄, 그 사이를 가르는 따스한 햇살.
사람의 마음속에 진정 '따스함'을 더해주는 이곳. 남수동
“나는 매번 이 행궁길을 걸으면서 혼자만의 사색에 빠진다. 길은 누구에게나 다른 형태로 펼쳐진다. 행궁동을 방문하는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데이트를 하기 위해, 가끔 나와 같은 사람들은 조용한 사색을 통해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한 '목적'이 있을 것이다.
'이 골목을 지나면 뭐가 나올까?'
'저기는 처음가보는 길이라 좀 무서운데..'
때로는 부딪히고, 다치고, 혼이 나기도 했던, 내 어린시절의 추억을 이곳 남수동의 골목거리에서 느낄 수 있다. 과거과의 소통을 매개해주는 이곳.
남수동 이 좁디좁은 골목을 따라 언덕 고지를 올라가면 크고 웅장한 카페하나가 있다.
남수동 언덕 위 한복판에 위치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카페 '메이븐'은 행궁동으로부터 살짝 거리가 떨어있는데, 이곳 남수동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성곽로 바로 옆, 골목거리 사이에 위치한 이 카페는 4층짜리 높은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었기에 '웅장한'느낌이 이곳 저곳으로 퍼져나가는 듯했다. 언덕 자체가 매우 높지만, 사람들은 힘든 경사를 이겨내고 열심히 올라간다.
나 역시 SNS를 하는 입장이기에 이곳 메이븐카페에 대한 정보를 어느정도 알고 있다. 각 층마다 예쁜 인테리어로 구성되어 있음은 물론, 옥상 테라스에는 핑크뮬리가 있다는 소식까지 파악 한 후였다.
오픈된 구조로 고객들에게 맛 좋은, 건강한 디저트를 제공하는 이곳
요리란 ‘잘 헤아려 다스림’이라는 뜻이 있다. 이는 요리를 하는 것과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요리를 하기 위해선 재료를 제대로 파악해 잘 가공해야 한다는 속뜻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객을 위하는 구조인 '오픈된 키친'을 통해서 '솔직함'이라는 키워드를 전달하는 의미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모두가 숨기기에 급급하고, 서로를 속이는 이 시기에 이곳 '메이븐'이라는 공간은 내 마음속에 더 깊게 다가온다.
[가이아 이론]이라는 하나의 이론이 있다.
가이아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을 가리키는 말이데, 지구를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것이다. 즉 지구를 생물과 무생물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생명체로 바라보면서 지구가 생물에 의해 조절되는 하나의 유기체임을 강조한다. 왜 이 이론이 생각났냐면, 카페라는,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추억을 공유하는 공간에 '자연'이라는 제3자의 요소가 등장하면서, '새로움'이라는 가치를 전달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색은 사람의 눈에 가장 먼저 인식되는 감각적인 디자인 요소이다. 처음으로 신체에 자극을 주어 그 존재를 드러낸다. 시각디자인 전공이라 그럴까?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색상을 내 손안의 다양한 필터로 사진을 남기는 과정에서 내 마음이 한층 더 다채로워진다. 설렌다. 이 오묘한 흰색, 푸른 흰색, 때로는 붉은 온기가 느껴지는 이 색다른 경험.
색이 주는 시각 효과는 눈에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다채로운 색상이거나 강렬한 색만이 아니다.
창문 밖 남수동의 따뜻한 햇살과 어우러져 깊은 자연의 색감를 뿜어내는 이곳의 자연속에서
조용한 분위기 가운데 커피를 한잔 마시는 것은 깊은 설레는,사치일지도 모른다.
시간의 흐름이란.. 참 놀라운 것 같다. 저번에 왔을 때는 핑크뮬리들이 파릇파릇하게 자연의 원색을 뿜어내고 있었지만, 지금은 이들도 추위를 느낀 탓인지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염색을 하고, 몸을 움추려서 추운 날씨를 맞이하는 이들의 태도. 사람과 비슷하다.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자연도 계절의 흐름을 알고 미리 움직인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