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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색하는 작가 Feb 02. 2021

아름다운 신념 _ '오브제'

소재의 미학 '타포린'(tarpaulin)

 

화성행궁의 반대편 길목에 위치한 이곳 '타포린'




 나는 작업과 독서를 하러 행궁동에 갈 때면, '네이버 지도'를 키지 않고, 발걸음이 내키는 대로 가고자 할 때가 종종 있다. 오늘은 '타포린'이라는 카페에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로 한다.


한 주의 절반이 흐른 수요일 아침. 길거리를 빠르게 달리는 차들을 제외하면 조용하다.


'한산하니깐 좋고, 내가 갈 곳을 더 진중한 마음으로 선택할 수 있겠네~'



 이곳 '타포린'이라는 카페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바로 '소재'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는 점인데, 단순한 배게, 음반 레코드, 오래된 철제의자, 빈티지한 포스터 등등, '소재'를 재해석해서 하나의 공간을 개성화했다. 눈에 띄는 화려한 샹들리에와 고급진 인테리어로 구성된 공간은 아니지만, 모든 오브제가 조화롭게 녹아내리는 이곳 타포린. 





'오브제'라는 단어를 예술적으로 잘 승화한 대표적인 화가는 '마르셀 뒤상'이다. 남성용 변기를 떼어서 만든 그의 작품인 '샘'은 많은 논란이 있었다. 변기가 가진 원래의 의미를 없애고 새로운 의미를 생각해낸 것이기에 작가 자신의 '개성'이 강조되는 부분이지 않을까?







 저채도의 빈티지한 내벽, 곳곳에 벗겨진 칠과 언제 생겨났는지 모르는 균열과 구멍은,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 차가움 등 다양한 느낌을 공감각적으로 잘 표현하는것 같다. 

 예를 들어 위험이 가득한(-) 숲 속의 거친 배경과 인물들의 의상은 투박한 질감으로 범벅되어 메마르고 거친 느낌을 전달한다고 한다.(출처 : 〈판의 미로〉(2006). 


반대로 아래쪽의 부드러운 원목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전달하는 듯 하는데, 이 상반된 느낌을 '샛노란' 배게가 적절하게 분배한다. 시선을 집중시키는 이 노란 색의 효과로 인해 햇볕처럼 따뜻하고 쾌활한 분위기를 조성해 고객들에게 따스한 분위기와 온정을 전달하는 것은 아닐까?


이 배게의 질감은 결코 부드럽지만은 않다. '방수포' 느낌도 나고, '거친 천'느낌도 난다. 그렇기에 이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이 공간에 '어중간한 새로움'을 더해주는 것이 아닐까?







저 철제의자는 특히 눈길이 간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objet)이기도 하지만, 내 어린시절 속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신기하리만큼 푹신한 등받이와  앉았을 때 묵직한 느낌이 있어서, 오랜 시간동안 앉아 있어도 내 엉덩이는 얼얼하지 않던 그 아련한 기억.


화려하고 고급진 의자보다, 작지만 하나의 솔직한 스토리를 전달하는 이 낡은 철제의자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소확스' - 소소하지만 확실한 스토리텔링



2층 내부에 은은하게 풍기던 로즈메리 디퓨저가 여기서 나는 듯하다. 들려오는 레코드의 흥미진진한 선율과 연기의 리듬이 이상하리만큼 비슷하다. 추상적인 두가지 요소가 하나의 탱고를 추는 듯한 느낌. 


타들어 가는 향처럼 내 마음도 이 공간에 녹아내린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단순한 소재들이 하나의 아름다운 '경험'으로 재 탄생되고 있었다. 





일상속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이곳 타포린.


'Tapaulin', which seeks newness in everyda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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