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 없이 나를 소환하기를
체력이 나쁘진 않지만, 아이 둘을 낳은 몸이고, 술을 좋아한다. 다행히 담배는 하지 않는다.
일에 치여 살진 않지만 가끔 용돈 벌이로 몸 쓰는 일을 하기도 한다. 그런 날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드러누워 있고 싶다. 집안 살림이라는 게 늘 내 손을 필요로 하고 그것보다 마음 써야 하는 일들이 많다.
매일 바쁘지만 활기차게 무언가를 하는 경우보다 물 흐르듯 내 할 일들을 하는 때가 더욱 많다.
가을, 환절기 타는 나라 요즘은 곧잘 가라앉는다.
몸과 마음이 고단하고 때로 슬픔이 차오를 때, 나는 곧잘 달리러 기어나간다.
축 늘어져서 슬픔에 가라앉기보다 슬픔을 떨구려 밖으로 나간다. 나가는 순간 잊고, 달리며 다시 생각나기도 하지만 내가 달린 거리만큼은 멀어져 있다.
악을 쓰는 인생. 악바리지 못해서 무언갈 완성도 있게 해내지 못하지만 적어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 내고자 한다.
삶의 어느 지점에선 나의 그늘이 넓어지기를 소원한다.
나의 에너지를 빛 삼아 어둠을 밝히는 그대들에게 조그만 온기 전하는 사람으로 살 수 있기를.
내 안의 에너지를 키워내는 힘, 그것이 달리기라는 것을 안다.
힘을 주기 위해 힘을 내서 달린다.
우리 모두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외롭다." _릴케
관심이란 무엇보다도 서로가 통하려는 작용이다.
ㅡ아티스트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