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프고 나서야 남의 아픔이 보인다.
인디언 속담에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오랫동안 걸어 보기 전에는 그 사람을 비판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 속담이 딱 들어맞는 경우를 경험했다. '강퇴 사유는 당일 취소입니다.'라는 글을 쓰고 나서 이 주일만에 일어난 일이다.
나는 오늘 예정되어 있던 발레 수업을 수업 두 시간 전에 취소했다. 어떤 경우도 당일에 약속을 취소하지 말자 했던 다짐을 지키지 못했던 이유는 비염이었다. 며칠 전부터 내 몸은 이상 반응을 보였다. 콧물이 시도 때도 없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천둥 같은 재채기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 눈 주위는 1cm 앞의 형광등을 보는 것처럼 시큰거렸다. 잠을 길게 자도 나아지는 것은 없었고 평소 같지 않게 짜증이 쉽게 났다. 눈을 뜨면 '오늘은 또 어떤 행운을 발견할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하루를 관찰하던 일도 줄었다. 길을 가다 쑥 들어오는 전단지는 일부러라도 받곤 했는데 오늘은 시향지를 건네는 손을 무심코 뿌리쳤다. 몸이 아프면 이렇게도 의지가 약해지고 원하는 만큼 명랑해질 수가 없는 거였다.
"수업을 가는 대신 하루 쉬는 게 좋겠어. 그래야 더 오래 할 수 있잖아."라는 동생의 말을 듣고서 결심했다. 오늘은 가지 않는 것을 선택하자. 대신 선생님이 기다리실 수도 있으니 전화를 하자. 선생님의 연락처를 몰라서 문화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첫 수업인데 못 가게 되어 미리 연락한다고 말을 하니 담당 직원은 일대일 수업도 아닌 문화 센터 수업을 빠진다는 전화에 크게 놀라지 않는다는 듯 심드렁했다. 하지만 목에 칼이 들어와도 당일 취소는 안 한다는 다짐이 무너지던 순간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만일 이것이 내가 운영하는 독서 모임이었다면?'
그렇다면 참석을 진심으로 원했을 사람도 당일 취소를 이유로 강퇴를 당했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미치자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는 윤동주의 시구처럼 괴로워졌다. 내가 누군가의 입장이 되어보기 전에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는 아직도 멀었구나.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글을 쓸 때는 내 글로 인해 누군가 상처받거나 불편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킨다. 오늘의 비염은 그것을 위해 내게로 왔나 보다.
덧) 행복은 발견하고자 할 때 더 잘 보인다.
<비염 치료에 좋은 것>
1. 따뜻한 물 자주 마시기
2. 증기를 코에 쐬어 주기
3. 깨끗한 수건을 따뜻하게 적셔서 눈 위에 올려주기
4. 집 먼지 자주 청소하기
5. 마스크 꼭 쓰고 다니기
6. 코를 풀 때는 휴지 대신 물로 한쪽씩 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