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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주는 사람)가 되어야 하는 이유

당신이 한 일은 모두 당신에게 돌아간다.

by 윤영

노랗게 내리쬐던 햇살이 집 근처 공원을 감싸던 토요일이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남편과 산책을 하던 중 어떤 광경을 목격했다. 모자를 쓴 검은색 복장의 아저씨가 10대로 보이는 청년에게 군대의 제식 교육 비슷한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아저씨가 "야!!" 하고 몇 차례 크게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아저씨의 행동은 멀리서 보기에도 이상했는데, 청년이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발을 들어서 사타구니 쪽을 힘껏 발로 찼다. 아저씨의 방식은 매우 폭력적으로 보였고, 청년은 잔뜩 주늑이 들어있었다.


집에 들어가려던 차였지만 발걸음은 저절로 그쪽으로 향했다. 말릴 줄 알았던 남편도 옆에서 조용히 함께 하고 있었다. 가까워지는 동안에 또 발을 들어 그 청년의 정강이를 차는 모습에 분노가 치밀었다. "아..씨!"라고 외치는 소리가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나왔다. 최근에 이렇게 큰 목소리를 내 본 적이 있었나 싶었다.


하지만 사람을 때리던 그 아저씨에겐 들리지 않는 듯했다. 1미터도 안 되게 거리가 좁아지자 옆에 있던 남편이 "왜 사람을 때리세요?"라고 물었다. 그 아저씨는 당황한 듯 말했다. "아.. 지체 장애가 있어서 그럽니다."


"뭘 가르치시는 건데요?"


"아.. 그게.. 뭐.. 이래이래 팔을.. 움직이는.. "


역시 뭘 가르치는 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다만 때리고 싶어서 가르치는 행태를 취하는 것처럼 보였다.


"장애가 있다고 그렇게 때리시면 안 되죠."


"미안합니다."

(왜 우리에게 미안한 걸까)


아저씨는 "야.. 가자.."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저씨의 뒤통수에 대고 "사람에게 그러지 마세요!"라고 말하니 "네.. 네" 하면서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방향이 바뀔 때까지 따라가며 주시했지만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찝찝한 마음에 바로 집에 가지 못하고, 한 시간여를 더 걷다가 들어왔다. 그런데 다음날까지도 그 장면이 떠올라서 눈을 질끈 감곤 했다. '사람에게 그러지 말라고 했다고 동물에게 그러는 건 아니겠지?' '증거를 남기고 경찰서에 신고를 했어야 했나' 아저씨를 따라간 청년이 또 다른 곳에서 맞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떠올리며 나는 줄곧 그 시간에 머물러 있었다.


"다음에 만나면 꼭 신고할 거야..."


중얼거리는 것을 남편이 보더니, "그 아저씨가 보호자일 수도 있어"라고 했다. 남편은 현실적인 사람이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도와준다. 그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면 해결하면 되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벗어나야겠지.


이럴 때 나는 카르마(Karma)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카르마는 인과응보, 혹은 업보라는 뜻으로 악행을 저질렀을 때 언젠가는 그 행동을 저지른 이에게 부정적인 결과가 돌아간다는 뜻이다. 전생이나 환생을 100% 믿지 못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나는 과거에 내가 했던 일들의 결과라는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왜 하필 우리가 그 광경을 보았을까 싶다가도, 거기에 있어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다시 한번 그런 일을 목격한다면 증거로 남기고 신고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으니까. 이유 없이 고통받는 사람이나 동물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으니까.


내가 세상에 무언가를 주려고 할수록 세상은 내게 그것을 다시 돌려준다. 더 맛있게 생긴 빵을 사랑하는 이에게 주려고 놓았는데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니 그 빵이 내 접시에 돌아와 있는 것처럼. 아니,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다. 그 빵을 상대에게 줄 때 나의 마음은 사랑이란 감정으로 따뜻해진다. 어쩌면 모든 그럴듯한 행동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다. 남을 위하는 것은 결국 나를 돕는 것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빈다.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평온하게 해 주세요.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학대받지 않게 해 주세요.

혹시라도 제가 그것을 보았다면 모른 척 지나가지 않을 수 있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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