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에 대하여
스스로 성격이 급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성격이 매우 급한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떨지 모르겠다. 성격이라는 것은 다양한 부분에서 다르게 나타나며, 규정지을 수 있는 정도는 상대적이다. 내가 분명히 아는 것은 나는 결정하지 않고 기다리는 시간을 잘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다. 해야 된다고 느끼면 빨리 결정하고 행동하며, 결과물이 나오면 '했다.'는 것에 만족했다. 완벽주의가 아닌 완성주의라고나 할까. '이만하면 됐지'라는 기준이 낮은 편이었다.
시작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부러움을 살 만한 성격일 지도 모른다. 반면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참 대충대충 산다'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나에게 강하게 발현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을 터, 언제부턴가 나는 내게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조금 더 완벽주의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게 완벽주의란 모든 것에 강박을 가진다는 뜻이 아니라 디테일에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는 의미다. 남편이랑 나랑 둘이 먹는 음식을 완벽하게 만들지 않는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욕심을 갖고 있는 분야 (예를 들면 음악, 글쓰기, 사업 등)에서 '그냥 했다'는 것에 만족해 버리면 결과적으로 성장의 곡선이 더디게 올라간다. 하나를 만들더라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다듬어보자는 생각이 내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미싱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기도 하다. 미싱 선생님은 겉에서 보이지도 않는 뒷부분의 원단이 밀려서 울면 '이건 안 된다'며 단호하게 송곳으로 뜯어내셨다. 나는 들인 시간과 노력을 아까워했지만, 뜯어서 다시 하는 것이 그 시간과 노력을 더 가치 있게 한다는 것을 배웠다.
조급한 마음은 종종 나에게 빨리 결과물을 만들어 내라고 말한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두 달 만에 쇼핑몰을 시작했던 17년 전과는 달리, 인생 2막에 새롭게 준비하는 사업은 이름부터 신중하게 정하고 있다. 물론 그때 재빠르게 일을 시작한 것이 긴 시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게 해 준 것도 맞다.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17년 후의 나는 조금 다른 내가 되었다. 나만 잘 먹고 잘 사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세계, 인간뿐 아니라 동물들까지 평온한 삶을 살게 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사업자 등록을 할 날짜, 사업체 명 등, 처음에 했던 생각과 결정이 지금까지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모른다. 시간을 들여 바꾸고 고친 것들이 마음에 든다. 시간을 들인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와 확신이 생긴다는 것을 믿는다. 조금 기다린다고 큰일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천천히 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걸 아는 사람은 분명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집안 곳곳에 거북이를 둔 것은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