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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issing you 09화

시도하는 것에 나쁜 일이 있을까?

처음으로 만든 나의 옷, 그리고 또 반복될 처음.

by 윤영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 노래 '나는 반딧불' 중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여긴다. 생각의 주체가 자신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나 말고 많은 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나는 특별하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한없이 나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서야 담대해질 수 있었다.


나는 시도를 잘 하지만 포기도 빠르다. 찔러보기를 잘하는 편이랄까. 관심사도 취미도 많은데 깊게 파고든 것은 별로 없다. 사업 때문에 잠깐 공부했던 중국어, 노래를 한다고 2개월 배웠던 프랑스어. 하나라도 진득하게 공부했다면 이틀 전 길가에서 헤매던 프랑스인을 만났을 때 번역기를 통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도 되었을 텐데.. 하지만 조금이라도 시도해 봤기에 Je parle un peu français.(프랑스어를 조금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지 않았나. 잘 시도하고, 멈추고, 또 시도하는 것. 그게 나다.


10년 전쯤, 라사라 패션학원에 다녔다. 내일 배움 카드로 국가에서 지원을 받아서 3개월 정도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작할 때는 설렘으로 가득 차서 즐겁게 배우다가 패턴 뜨기를 배울 때는 괴로워하다가 마지막에는 원하던 스커트를 만들면서 아쉬워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나서 나는 또 그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니 이것이 내가 처음 만든 옷이라고 생각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두 번째인 것이다.

작품명 - 나는 빛나는 별

옷을 만들고 나니 오랜만에 노래를 부르고 싶어졌다. 때마침 미싱 수업도 마무리되어 3개월 동안 잡지 않았던 기타를 잡았다. 노래했던 곡은 올 초 마트에서 한참을 반복해서 들었던 '나는 반딧불'.


내용은 이렇다. '나는 빛나는 별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벌레였다. 무엇이 되든 어떤가? 나는 빛나는 존재인 걸.' 직접 만든 옷을 입고 이 노래를 부르고 나서야 한 챕터가 정리되었다.


원하는 경지에 오르지 못했더라도 시도했던 자국은 어떻게든 남아 가능성을 열어준다. 미싱 선생님 같은 기술자가 되지 못하면 어떤가? 미싱을 배우고 나서야 나의 길에 확신이 생겼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노래를 하고 싶어 졌고 사업을 더 열심히 하고 싶어졌다. 그것이 시도를 계속하는 이유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어쩌면 또 다른 문을 계속 열기 위해서 시도를 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나는 또 몇 년 뒤에 처음 시작하듯 또 미싱을 미싱(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시도하는 것에 나쁜 일은 없으니까.


3주에 걸쳐 만든 반딧불 뷔스티에


녹화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본 주황빛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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