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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issing you 10화

간절히 원하는 것이 이뤄질 거라 믿는 이유

사랑하는 마음이 당신 안에 있기 때문에

by 윤영

3개월의 미싱 수업이 끝났다. 처음 수업을 등록할 당시, "얼마나 계획하고 있어요?"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제가 만들고 싶었던 것을 만들 수 있을 때까지요."라고 대답했는데 그 말에 맞는 기간을 채웠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목표했던 강아지 신발을 세 개 만들었고 계획하지 않았던 뚱자 우비, 곱창 머리끈, 주방 장갑, 파우치, 뷔스티에, 두건을 만들었다. 퇴근 후에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생각보다 더 힘들 때도 있었지만, 또 다른 몰입을 경험했고 부족했던 면들도 얻었다. 그로부터 배운 지혜가 휘발되기 전에 여기에 기록하려고 한다.


1. 아니다 싶으면 빨리 다시 시작해라. 그게 더 빠르다.

미싱을 하다 보면 중간에 선이 삐뚤어진다든지 원단이 밀려서 주름이 생길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전에 했던 것이 아까워서 계속하기보다 잘못된 부분을 뜯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빠르다. 그것이 결과물을 가치 있게 만든다.


2. 눈대중으로 하지 말고, 자로 재거나 핀을 꽂아라.

얼핏 보기에 더 시간이 걸리거나 번거로울 것 같은 과정을 생략하면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가 많다. 글로 치자면 목차를 미리 정해두는 것과 비슷하다. 목차는 글을 쓰다 보면 바뀌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방향을 잡아 준다. 재봉을 할 때 줄자로 측정하고, 시침핀을 꽂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그것은 원하는 길로 갈 수 있게 돕는다.


3.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어떻게든 해결 방법을 찾게 된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 그 또한 미싱을 하면서 얻은 지혜다. 원단이 잘못 박혀서 다 뜯어야 했을 때도, 재료가 없어서 다른 재료로 대체해야 할 때도, 완성하고자 하면 어떤 길이든 있었다. 마지막에 완성했던 뷔스티에의 허리끈을 넣을 때도 구멍이 좁아 꽤 고생스러웠지만, 완성하겠다는 일념으로 방법을 찾았고 20분에 걸려 끈을 넣었다. 그런 끈기가 내게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누구에게나 이런 면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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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 수업이 끝난 주말, 뭔가를 배우면 한동안 다시 들춰보지 않았던 예전의 나를 벗어나서 다시 재봉틀 앞에 앉았다. 나는 이제 남편의 셔츠 소매를 줄일 수 있고, 뚱자의 여름 이불을 만들 수 있다. 하다가 모르는 것이 생기면 다시 배울 수도 있다. 원하는 것은 뭐든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미싱을 통해 배웠다. 마음먹은 일이 다 이뤄질 거라고 믿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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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서커 원단으로 만든 뚱자 여름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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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50602_101807588_01.jpg 책꽂이 겸 뚱자 계단: 미끄럼 방지 원단을 박아서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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