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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 Jun 14. 2024

나는 왜 그 버스를 타지 않았을까

눈앞으로 버스가 지나가서

조금만 뛰면 탈 수 있는데


조금만 뛰면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때가 있다.


저 버스를 타면 편했을 텐데

더 기다리지 않아도 됐는데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나는 그때 뛰고 싶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천천히 걸어서 조금 전에 먹었던

데운 피자를 소화시키고 싶고

조금 앉아서 사색할 시간도 필요했고

다음 버스를 기다려도 되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내 마음과 몸은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 가게 되어 있다.

버스를 놓쳐도 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음 버스를 기다리며

더 좋은 것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숨이 턱 차 오를 정도로

뛰어서 그 버스를 타고 싶은지,

아니면 조금 더 기다리길 원하는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찰나의 순간에도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그 마음을 따르는 것이

현재를 살게 한다.


결국 나는 20분을 기다리고

돈을 200원 더 냈지만

놓친 것보다 좋은 경로의 버스를 탔다.

땡볕에 걸어서 먼 길을 가지 않아도 되는


하지만 이것이 더 좋은 버스였다는 것은

내려봐야 알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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