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할 때마다 집을 둘러보며 눈에 담은 지 4개월. 나가기 전에는 어찌나 애틋한지 꼭 연인과 헤어지는 기분이다. 혹시라도 이게 마지막일까 매번 사진을 찍고, 집에서 나가기 싫어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예전에는 이렇게 집에 애착이 갈 줄 몰랐는데, 지금은 신기할 정도로 집이 좋아요."
"처음으로 취향껏 꾸민 공간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라고 나의 작은 결혼식에 오셨던 분이 말했다.
그것도 맞다. 취향이 맞는 반려자를 만난 덕분에 화려하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물건들로 집을 꾸몄다. 하지만 결혼 전에도 내 방은 취향껏 꾸몄고 사무실도 그러한데 이토록 집이 좋은 이유는 뭘까? 크게 두 가지를 꼽자면 이렇다.
1. 밝다.
2. 작다.
사람이 사는데 햇빛이 중요하다는 이유를 알겠다. 거실에는 시스루 커튼을 달았는데 햇빛이 커튼을 통과해서 여기저기에 닿는 모습을 볼 때는 뿌듯하다. 그래, 커튼 하나는 참 잘 골랐지. 그러다 시선이 노란색 스탠드로 간다.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맛있는 색, 케첩과 머스터드의 그 노란색이다. 살면서 마지막으로 좋아하게 될 색이 노란색인 줄 알았는데,나눔 받은 머스터드 색상의 북엔드를 책장에 꽂기 시작하면서 우리 집의 메인 컬러가 되었다. 소중한 사람들이 준 물건들이 책장을 채우고 있다. 아마도 이 사랑이 노란색처럼 우리를 따뜻하게 채워주는 것 같다. 볕이 잘 드니 빨래가 잘 마르고, 빨래가 잘 마르니 자주 빨래를 하고 싶다. 볕이 잘 드는 곳에 강아지 장난감을 말리고, 각종 식기에게 광합성의 기회를 주는 기분도 꽤 괜찮다.
우리 집은 17평으로 작은 편이지만 신혼부부가 살기에는 딱 좋다. 퇴근하고 들어오면 바닥부터 닦는 신랑의 무릎이 오래가려면 이보다 더 넓으면 안 될 것 같다. 손을 내밀면 닿을 곳에 모든 것이 있다. 동선이 짧아서 시간이 절약된다. 두 명이서 요리하다 보면 꼭 뭔가를 떨어뜨리곤 하는 작은 주방에서 어깨를 부딪히다 보면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 퐁퐁 샘솟는다.
지난 주말에는 당근에 다섯 번의 나눔을 했다. 작은 집에 많은 것들을 둘 수 없어서 '언젠가는 쓰겠지' 했던 것들을 나눔 했고, 베란다는 소리를 내면 울릴 정도로 넓어졌다. 지금은 이 정도의 집과, 이 정도의 짐이 우리에게 맞다. 나에게 맞는 크기의 공간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언젠가 더 넓은 곳으로 가게 되면 그때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러서 디너파티를 할 수도 있겠지. 그때까지는 우리에게 맞는 이 공간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