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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 Apr 02. 2024

자기만의 방

뭐든 할 수 있고, 뭐라도 될 수 있는  

출근할 때마다 집을 둘러보며 눈에 담은 지 4개월. 나가기 전에는 어찌나 애틋한지 꼭 연인과 헤어지는 기분이다. 혹시라도 이게 마지막일까 매번 사진을 찍고, 집에서 나가기 싫어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예전에는 이렇게 집에 애착이 갈 줄 몰랐는데, 지금은 신기할 정도로 집이 좋아요."


"처음으로 취향껏 꾸민 공간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라고 나의 작은 결혼식에 오셨던 분이 말했다.


그것도 맞다. 취향이 맞는 반려자를 만난 덕분에 화려하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물건들로 집을 꾸몄다. 하지만 결혼 전에도 내 방은 취향껏 꾸몄고 사무실도 그러한데 이토록 집이 좋은 이유는 뭘까? 크게 가지꼽자면 이렇다.


1. 밝다.

2. 작다.


사람이 사는데 햇빛이 중요하다는 이유를 알겠다. 거실에는 시스루 커튼을 달았는데 햇빛이 커튼을 통과해서 여기저기에 닿는 모습을 볼 때는 뿌듯하다. 그래, 커튼 하나는 참 잘 골랐지. 그러다 시선이 노란색 스탠드로 간다.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맛있는 색, 케첩과 머스터드의 그 노란색이다. 살면서 마지막으로 좋아하게 색이 노란색인 줄 알았는데, 나눔 받은 머스터드 색상의 북엔드를 책장에 꽂기 시작하면서 우리 집의 메인 컬러가 되었다. 소중한 사람들이 물건들이 책장을 채우고 있다. 아마도 사랑이 노란색처럼 우리를 따뜻하게 채워주는 같다. 볕이 잘 드니 빨래가 잘 마르고, 빨래가 잘 마르니 자주 빨래를 하고 싶다. 볕이 잘 드는 곳에 강아지 장난감을 말리고, 각종 식기에게 광합성의 기회를 주는 기분도 꽤 괜찮다.


우리 집은 17평으로 작은 편이지만 신혼부부가 살기에는 딱 좋다. 퇴근하고 들어오면 바닥부터 닦는 신랑의 무릎이 오래가려면 이보다 더 넓으면 안 될 것 같다. 손을 내밀면 닿을 곳에 모든 것이 있다. 동선이 짧아서 시간이 절약된다. 두 명이서 요리하다 보면 꼭 뭔가를 떨어뜨리곤 하는 작은 주방에서 어깨를 부딪히다 보면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 퐁퐁 샘솟는다.







지난 주말에는 당근에 다섯 번의 나눔을 했다. 작은 집에 많은 것들을 둘 수 없어서 '언젠가는 쓰겠지' 했던 것들을 나눔 했고, 베란다는 소리를 내면 울릴 정도로 넓어졌다. 지금은 이 정도의 집과, 이 정도의 짐이 우리에게 맞다. 나에게 맞는 크기의 공간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언젠가 더 넓은 곳으로 가게 되면 그때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러서 디너파티를 할 수도 있겠지. 그때까지는 우리에게 맞는 이 공간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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