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영 Apr 04. 2024

일의 슬픔과 기쁨

또는 일의 기쁨과 슬픔

일요일 저녁이 되면 기분이 가라앉고

수요일 오전이면 기분이 나아진다.

(모레가 금요일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주말을 잘 보낸 이후에

다시 맞는 월요일은 두렵고 허하다.

상은 결혼하고 더 심해졌다.


나는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을 하면서 나오는 도파민을 좋아하고,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평일이 오는 것이 싫을까?

이것은 내 뇌가 생각을 거치지 않고

'싫다'는 이미지에 사로잡힌 것이 아닐까?

 

나는 이름 모를 두려움과 헛헛함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자꾸만 이유를 찾으려고 애썼다.


"내 생각에는 희소성의 문제인 것 같아.

주말은 이틀밖에 안 되고 평일은 5일이나 되니까 

주말은 늘 짧게 느껴지는 거야!

만일 주말이 5일이고 평일이 이틀이라면

평일이 정말 반갑겠지?"


라고 뭔가를 발견했다는 듯이 남편에게 말했다.


평생 하려고 마음먹었던 일에서 재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만 받은 날에는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나 잠깐 쉴까?"


"응! 괜찮아, 우리 회사에는 외벌이도 많아"

라고 남편은 말했다.


결혼하고 일을 그만두는 것에

약간의 환멸감까지 가지고 있었던 나는

그냥 던져본 말에 저렇게 대답하는 것이 고마우면서도

문득 내가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 아기를 키우면서 일을 하는 친구를 보며

'이제 쉬어도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


일을 쉬지 않는 것을 이유로

'남편의 벌이가 별로인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던 것이




우리네 어머니들은 한 사람을 온전하게 키워내는 일을

수행하시고도 본인이 스스로 벌어 살지 않은 것을 부끄러워하신다.


 부끄러움의 반증은

물질적인 것을 줄 수 있는 것 또한

존재의 이유라는 것


일에서 슬픔을 느끼는 이유는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되고

일정 시간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을 하지 못할 때가 오면

그 또한 슬프겠지


하루의 매출에 존재의 의미를 따질 정도로

기분이 가라앉기도, 하늘로 승천하기도 하지만

오늘도 그 슬픔과 기쁨을 느끼러 나가봐야겠다.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벌써 목요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자기만의 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