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적으로 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의무감은 필요하다.
얼마 전, 남편에게 또 뭐라도 발견한 것 마냥 말했다.
"운동과 글쓰기와 섹스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글쎄?"
"그건 바로.... 한 번 안 하면 계속 안 하게 된다는 것이지!"
결혼하고 나서 '이게 결혼이구나'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잠자리의 빈도수가 달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
평일에는 집에 와서 밥 먹기 바쁘고, 밥 먹고 나면(혹은 밥 먹기 전에) 씻어야 하고, 씻고 나면 각자 할 일을 조금 하다가 잠이 드는데 그저 잠을 푹 자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삶. 이건 뭐 다른 것을 하고 싶어도 할 체력이 없다.. 는 변명이고 그냥 귀찮아진 것만 같다.
요즘 자주 피곤하다는 남편에게 "피곤할 게 뭐 있어, 섹스도 안 하는데"라고 마치 그 의무가 남편에게만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정작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나인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섹스리스 부부가 되는 것은 아니야?'라고 고민이 스멀스멀 올라오다가도 잠자리에 들면 '아~무 것도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자자!'가 되어 버리니 누굴 탓할 것도 원망할 것도 없다.
두 번째 공통점: 안 하면 왠지 찝찝하다. 나는 생각이 많아서 이것들을 분출해야 하는데 그 수단은 보통 글쓰기가 된다. 진지한 대화를 하는 것도 좋지만 기록으로 남기면 더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쓰기로 밥 벌어먹고사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차오르는 느낌이 들 때까지 기다리는데 그 기간 동안 마음이 찝찝하고 개운치 못하다. 현재는 '일주일에 하루만 쓰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운동을 할 때처럼 '주 4일은 하자.'라고 마음먹어야 최소 이틀을 하게 될 것 같다. 마케팅계의 구루, 세스 고딘은 말했다. 남들과 자신의 차이점은 남들이 쓰지 않을 때 자기는 쓴 것이라고. 일단 쓰면 쓰게 된다. 일단 짐에 가면 운동하게 된다. 일단 하면.. 하게 되겠지 :)
'적당한 때가 오면 그것이 나를 부를 거야.'라는 말은 운동과 글쓰기와 섹스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세 번째 공통점: 하고 나면 개운하다. 의무적으로 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의무감은 가져야 한다. 할 때는 일정 이상의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에 귀찮지만, 결과적으로는 나에게 좋은 것들이 보통 그렇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글을 쓰거나 운동을 하거나, 혹은 섹스를 하고 싶어지게 하는 약간의 장치들을 마련해야겠다.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기 전에 작가가 된 것 마냥 긴 가운을 입는 것, 운동 전날 미리 운동복을 챙겨 두는 것, 친구가 선물한 Sexy Ruby를 살짝 뿌리고 침대에 눕는 것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