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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밀 May 24. 2023

당연히 백수일까?

나는 현재 파트타임 잡을 하고 있다. 9 to 6의 시간도 아니고 지난 두 달 동안은 주 5일 모두 일한 것도 아니다. 이 일로 내 생계를 책임지려면 일주일에 몇 곳을 다니며 몇 타임을 뛰어야 할까..?  생계를 책임지기엔 턱없이 모자란 돈이란 걸 나도 안다. 그래도 월급날을 기다리는 마음을 알게 되었고, 일한 만큼 월급이 들어오면 부끄러울 일 없이 마음 놓고 기쁘다. 그 정도의 성의를 일에 보이고 있다. 나름 뿌듯함과 일이 끝났을 때의 개운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하는 일은 평생 직업이란 없는 요즘 시대에서도 평생 할 일은 아니라는 인상 속에 있고 나 자신도 이 일을 몇 년씩 지속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누군가와 대화 중에 상대는 나를 당연하게 백수로 인지한다. 나도 반박하지 않는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직업’이 아니라 ‘일’로 여겨지기 때문일까.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반박하고 싶은 마음까지 드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내가 반박해도 되나? 그렇다기엔 현재 나는 나 자신을 직업이 없는 상태로 여기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일을 올해와 작년 동안 지속하며 나는 출근이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고, 그래서 백수라는 워딩을 확실하게 듣는 오늘 같은 날이면 묘한 기분이 되곤 한다.


언젠가 다른 일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는 일은 나 자신을 그 직업을 가졌다고 소개하기 무안하게 만드는가? 업무의 강도가 세지 않으면 그것은 직업이 아니라 일감일 뿐인가..? 아니면 파트타이머인 나의 시간이 다른 근로자들의 시간에 비해 자유롭기 때문에 나는 직업이 없는 사람이 되는 걸까?


나를 당연히 백수로 여겨오던 나였는데, 오늘만큼은 백수라는 말이 지금 내 처지를 담기에 온당한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온당한지 생각하는 것은 또 온당한 것인지..  나처럼 일을 많이 하지 않는 상태의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면 주제 넘는 게 아닌지 저절로 눈치까지 보게 된다. 누구 눈치를 보는지 모르겠다. 나는 나와 내 일, 진로를 어떻게 여기고 있나.


나는. 당연히 백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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